‘3m 상어’ 먹는 범고래 첫 포착…혼비백산→마비 1시간 당했다
[애니멀피플]
사회적 동물 범고래 무리사냥법 확인
바다의 포식자 백상아리를 부리로 뒤집어
마비시킨 뒤 사냥…상어 혼비백산 도망도
백상아리는 대양의 무서운 포식자이지만 지능적으로 무리사냥을 하는 범고래의 모습이 비치기만 해도 그 해역을 오래 떠날 정도로 공포에 떤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범고래와 백상아리는 모두 거대한 몸집을 한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이지만 둘 사이는 먹이와 포식자 관계이다. 범고래 무리가 백상아리 여러 마리를 추격해 사냥하는 모습이 드론과 헬기로 촬영됐다. 범고래의 백상아리 포식은 알려졌지만 그 모습이 직접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어 과학자인 앨리슨 타우너는 지난 5월 16일 오후 남아프리카공화국 모셀만 상공에 드론을 띄워 다섯 마리로 이뤄진 범고래 무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함께 있던 범고래가 흩어졌고 사냥이 시작됐다.
추격과 공격 등 1시간 동안 이뤄진 사냥은 백상아리를 물 위로 떠올려 물어뜯는 것으로 절정에 이르렀다. 범고래 한 마리가 물속에서 3m 길이의 백상아리를 부리로 표면으로 밀어 올렸고 다른 한 마리가 가슴지느러미 부위를 물어뜯자 피가 바다에 번져나갔다.
백상아리 사체에서 떨어져 나온 간이 물에 뜨자 범고래가 이를 삼키고 있다. 헬기 촬영 동영상 갈무리.
같은 시각 관광객을 태운 헬기가 동일 해역을 비행하다가 이들의 사냥 장면을 목격해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조종사는 범고래가 백상아리 2마리를 죽이는 모습을 목격했고, 물 위에 뜬 상어의 간을 삼키는 모습도 촬영했다. 이 사냥에서 범고래 무리 5마리는 백상아리 3마리(최소 2마리)를 죽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타우너는 보도자료에서 “범고래의 백상아리 사냥이 이렇게 자세히 관찰된 것은 더구나 공중에서 목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목격 내용은 과학저널 ‘생태학’ 최근호에 실렸다.
사냥 행동에서는 범고래와 백상아리의 사냥과 회피전략의 일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범고래 한 마리가 백상아리를 굴려 몸을 뒤집어 수면에 띄운 것은 상어를 일시적으로 마비 상태로 이끌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상어의 몸을 뒤집으면 최면에 걸린 듯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긴장성 무운동’ 상태가 된다. 상어를 무력하게 만든 뒤 가슴지느러미 부위를 물어 치명타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백상아리 사체에서 가슴 부위를 물린 사례가 종종 나타났다.
무리 지어 사냥하는 범고래는 백상아리도 혼비백산해 달아날 정도로 가공한 바다 포식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범고래 무리가 백상아리를 무리 지어 사냥하는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크리스티안 스톱포스 제공.
백상아리의 회피전략도 눈길을 끈다. 곧바로 도망치지 않고 느린 속도로 범고래 몸에 바짝 붙어 시야를 놓치지 않으면서 빙빙 도는 행동을 했다. 자기보다 훨씬 크고 둔한 포식자를 요리조리 피하는 방식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회피행동은 백상아리의 공격을 받은 물개나 바다거북이 쓰는 전략으로 종종 도망치는 데 성공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리 지어 공격하는 범고래 앞에서 백상아리의 이런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연구에 참여한 사이먼 엘원 스테렌보쉬대 박사는 “고도로 지적이고 사회적 동물인 범고래의 무리 사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냥에 나선 범고래 가운데 한 마리는 이전에도 상어 사냥으로 연구자들에게 알려진 개체로 이번 사냥에서도 물에 뜬 상어 머리 크기의 간을 삼키는 모습이 목격됐다. 연구자들은 “범고래의 백상아리 사냥 기법이 다른 고래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범고래가 출현하자 이 해역에서 매일 여러 마리가 관찰되던 백상아리가 자취를 감췄다. 연구자들은 “사냥이 벌어지기 직전 백상아리가 수심 2m가 안 되는 아주 얕은 물에서 여러 방향으로 혼비백산해 달아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암컷 백상아리 한 마리는 사냥이 벌어지기 직전인 5월 14일 모셀만에 출현했지만 25일에는 400㎞ 떨어진 해역으로 달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냥 이후 45일이 지날 때까지 이 해역에서 백상아리는 1마리만 목격됐다. 공동 연구자인 앨리슨 코크 남아프리카 국립공원 상어 전문가는 “범고래에 대한 공포 때문에 결국 백상아리는 그때까지 핵심 서식지이던 곳을 포기했고 이것은 생태계와 상어와 관련된 생태관광에 연쇄적인 타격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 해역에서는 바닷속 우리에서 백상아리를 관찰하는 생태관광이 활발했다.
백상아리는 범고래의 모습만 비쳐도 그 해역을 오랫동안 떠날 정도로 공포에 떨어 생태계 먹이사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북미 태평양에서 밝혀지기도 했다(▶백상아리와 범고래가 만나면 물범이 ‘웃는다’).
인용 논문: Ecology, DOI: 10.1002/ecy.387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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