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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도, 본 사람도 없다"…5급 사무관 '김혜경 비서' 미스터리

레이찰스 2022. 2. 9. 06:39

"책상도, 본 사람도 없다"…5급 사무관 '김혜경 비서' 미스터리

최모란 기자채혜선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혜경씨가 설 명절인 1일 경북 봉화군 선산에서 부모님 산소를 성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을 지시했다고 지목받는 측근 배모씨의 행적에 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와 경기도청을 차례로 거친 그의 직책은 현재 없는 직무라고 한다. 그의 퇴사와 함께 자리도 자연스레 사라진 셈이다.

성남시에 처음 생긴 외국인 담당?

전 경기도청 총무과 직원 배모씨가 전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에게 김혜경씨의 사적 심부름 등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 중앙일보 영상 캡처

8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배씨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인 2010년 9월 성남시 비서실(7급 별정직)에 들어왔다. 배씨가 담당했던 ‘시정 해외홍보와 내방 외국인 의전’ 업무는 이 후보 취임 이후 성남시 비서실에 처음으로 생긴 것이라고 한다.

현재 성남시 비서실에도 외국인 의전 담당자는 없다. 다른 지자체 비서실에서도 전담 직원이 있는 업무는 아니라고 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인 관련 업무는 주로 국제협력부서에서 담당한다”고 말했다.

당시 성남시 정가에서는 배씨의 정확한 업무나 채용 과정 등에 의문을 가진 이가 적지 않았다. 2012년 2월 제183회 성남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이분(배씨)이 외국인 의전을 1년에 몇 회나 담당했는지 등 자료를 제출하라”(박완정 전 시의원), “외국어 실력을 평가하는 자격증이나 점수가 나온 게 있으면 제출해 달라”(이덕수 전 시의원) 등과 같은 질문이 나왔다. 당시 사정에 밝은 성남시의원들은 “성남시에 배씨의 외국어 자격증 등을 제출하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배씨는 성남시청에서 2년마다 임용시험을 거쳐 계약을 연장했다. 2017년 제5회 성남시 임기제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 공고에 따르면 당시 배씨가 지원한 ‘해외홍보·외빈 의전’ 분야가 명시돼있다. 각 행정기관 등에서 영어 우수능력자로서 해외홍보·외빈의전 업무 등 관련 분야의 실무 경력이 필수 요건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배씨의 외국어 자격증 제출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해외 기업에 근무한 경력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도청 직원 “현재 후임자 없어”

경기도청 신관. 사진 경기도

배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2018년 8월 경기도로 적을 옮겼다. 도청 총무과 5급 사무관으로 영전한 그의 담당 업무는 ‘국회 소통 및 국외 의전’이다.

도청 총무과 사무실은 도청 구관 3층에 있다. 한 총무과 의전팀 직원은 “배씨 자리가 어디 있었느냐”는 질문에 “사무실이 좁아 배씨는 신관에서 일했다. 어디서 일했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현재 도청을 떠난 그의 업무를 이어받은 후임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경기도청 비서실에서 근무한 적 있는 A씨는 “국회 소통 업무는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담당하는 거로 안다”며 “해당 업무는 총무실 직원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행정1부지사를 지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배씨가 총무과의 어느 자리에서 어느 컴퓨터를 썼는지 등을 공개하라”고 이 후보 측에 요구했다. “배씨는 총무과에서 얼굴도 본 적 없고 책상도 컴퓨터도 없었다고 한 제보가 있다”면서다. 국회사무처는 배씨에게 국회 출입증을 발급하지 않았다고 박 의원실에 밝혔다.
이 후보 측은 “배씨는 경기도청에서 대외협력업무를 담당해 국회를 드나들지 않아도 업무에 지장이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배씨 의혹 고발에…경찰 “수사 중”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지난해 12월 이 후보와 김씨·배씨에 대해 국고 등 손실죄와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로 고발장을 냈다. “배씨가 김씨 수행비서 역할을 하기 위해 경기도 등에 채용됐다”고 의심해서다.

이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서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배씨 자리가 (도청에) 없었다는 게 확인된다면 사적 심부름 용도로 공무원 급여를 준 것이라 위법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