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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산다… 경기침체 비웃는 ‘나홀로 호황’ 업종

레이찰스 2022. 10. 18. 19:14

없어서 못 산다… 경기침체 비웃는 ‘나홀로 호황’ 업종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 CATL이 지난 10일 올 3분기 순이익 잠정치를 발표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00% 증가한 98억위안(1조9560억원·최대 예상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상반기 전체 순익(약 1조6300억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CATL은 “국내외 신에너지 업계의 빠른 발전으로 전기차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며 “생산·판매가 늘면서 수익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업계도 최근 3분기 실적 전망이 밝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89.9% 증가한 7조6482억원, 영업이익은 5219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엔솔은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올해 처음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삼성SDI도 완연한 이익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증권가에선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약 4758억원)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경기 침체로 자동차 업계마저 수요 위축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전기차 산업은 딴 세상 얘기다. 전기차 수요가 폭풍 성장하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서, 나홀로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건주 배터리 공장./LG에너지솔루션
◇이제 10대중 1대는 전기차

EV볼륨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총 430만대의 새로운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수치다. 올 상반기 전체 자동차 판매가 8% 감소하고, 그중 내연기관차 판매는 16% 감소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EV볼륨은 올해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이 전년 대비 57% 증가한 총 1060만대에 달하고 이중 800만대가 순수전기차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예상치가 약 8000만대임을 감안하면, 이제 10대중 1대는 전기차가 팔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전기차는 중국·유럽·북미 등 모든 주요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곳은 중국으로 상반기 전기차·플러그인하브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한 245만대에 달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 BYD는 홀로 64만대를 판매해 테슬라(565000대)를 제치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두번째로 큰 시장은 유럽으로 올 상반기 9% 성장한 116만대가 팔렸다. 북미 지역은 전기차 시장이 아직 작지만 성장세는 유럽보다 강하다. 북미는 상반기 전체 자동차 시장이 17% 급락했지만, 전기차·플러그인하브 판매(48만대)는 49% 증가했다.

◇수요 폭발에 공급 병목 현상 심화

한국도 마찬가지로 전기차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9월 누적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117000대로 작년 연간 실적(9만7000대)을 이미 넘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전기차 판매가 전년의 2배로 뛰며 월 2만대를 처음 돌파(2만485대)했다. 같은 달 하이브리드차는 14.1% 증가한 1만9176대에 그쳐,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차 실적을 처음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7월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모터쇼 행사에서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전기차 '아이오닉 6'./조선일보 DB
문제는 공급이다. 다수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와 반도체 부족, 증설 지연 같은 각종 공급 제약 문제에 부딪혀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GM의 경우 최초의 전기 픽업트럭인 허머 EV를 2020년 10월 출시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산량은 분기당 수백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 3분기 고객인도량은 전분기(272대) 대비 늘기는 했지만 411대에 불과했다. GM은 허머EV의 누적 주문량이 9만대를 넘어서자, 주문 받는 것을 중단했다. GM과 LG엔솔이 합작한 1호 배터리 공장인 오히아오주 워렌 공장에서 최근 얼티엄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조만간 생산량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연말에는 GM의 허머EV 조립공장(팩토리 제로)이 또다른 전기차인 실버라도EV 생산을 위한 설비 변경을 위해 일부 중단될 예정이어서, 내년에나 생산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자동차 구매정보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5는 12개월, 기아 EV6는 14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신차 아이오닉6는 사전계약 물량만 5만대에 달해, 지금 주문하면 18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첨단사양이 많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도 더 많이 들어가는데다, 배터리 공급과 설비도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주문이 밀려드는 속도가 너무 빨라 공급 병목 현상이 심하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 wel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