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스타 ‘나달’ 일찍이 알아본 기아, 20년 후원의 결과는?
지난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경기 중인 스페인의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 /신화통신
““I don’t want to forget anyone, all the volunteers, everybody who made possible this amazing event, all the sponsors, Kia, that is my personal sponsor since I started playing tennis, thank you very much for supporting tennis.
모든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특히 저의 개인 스폰서, 기아. 제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후원해준 기아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
30일(현지시각) 끝난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 호주오픈의 우승자는 21번째 그랜드슬램 우승을 달성한 라파엘 나달이었다. 나달은 로저 페더러와 노박 조코비치를 제치고 역대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테니스 역사를 새로 썼다.
호주오픈에서 제일 기쁜 선수가 나달이라면, 나달의 우승만큼 기쁜 기업도 있다. 바로 한국의 자동차 기업 ‘기아’다. 기아는 20년 째 호주 오픈의 스폰서다.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곳곳에서 기아의 로고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기아가 2004년 이후 18년 동안 후원해온 선수가 바로 라파엘 나달이다. 클레이코트의 강자인 나달은 유독 호주오픈의 하드코트에는 약해 2009년 이후 13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기아 입장에선 자사가 후원하는 선수가 후원하는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그리고 나달은 우승 소감에서 기아를 콕 집어 감사를 전했다. 그의 우승 소감 중 유일하게 언급된 기업이 바로 기아다.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빅매치와 스타 선수는 수많은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 같은 곳이다. 그 가운데 기아는 일찍이 나달의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했다. 나달은 15세 때 ATP투어 우승 경험이 있을 정도의 유망주였지만, 18세 때 피로골절로 인한 부상 후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지만 당시 기아 마케팅팀에서 나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베팅 했고, 이후 나달은 성공적으로 재활해 수퍼스타가 됐다.
기아의 신형 전기차 EV6와 라파엘 나달 /기아 홈페이지
이후 나달은 기아와의 스폰서십을 2차례 연장하며 18년 동안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기아의 주요 신차 유럽 출시 행사에 나달이 홍보 모델로 나서고, 나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아차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을 꾸준히 올린다. 2015년 메르세데스 벤츠가 후원한 대회에서도 우승 상품으로 벤츠 최고급 모델을 받았으나 차를 타고 나온 다음 “제 스폰서 회사 기아만큼 좋진 않네요”라고 말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실제 파파라치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면 나달이 훈련장 출퇴근 길에 기아 스팅어 등 협찬 받은 차량을 모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영상 설명 : 나달의 기아 쏘렌토 광고. 한국어로 말하는 나달을 볼 수 있다. 나달은 어눌한 한국어로 ‘장애물은 이 광고를 10개 언어로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달에 대한 기아의 후원은 실제 효과를 봤을까. 2021년 발표된 스페인 내 자동차 브랜드 판매량 순위를 보면 기아는 스페인 시장에서 4만6000대 이상을 팔아 스페인 시장 6위 브랜드다. 스페인 기업인 세아트(seat)가 1위, 폴크스바겐(2위)과 푸조(3위) 등이 모두 유럽 브랜드인 것을 감안하면 아시아 브랜드에선 도요타(4위)를 이어 2등인 셈. 형제기업인 현대차도 기아의 바로 뒤를 이은 7위(4만5000대 판매)로, 현대차그룹의 스포츠 마케팅이 유럽 시장에서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이날 대회에서 나달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본 또다른 브랜드는 나이키, 고급 시계 브랜드 리차드밀이다. 나이키는 나달의 13세 시절부터 그를 후원했다. 페더러와 나이키의 계약은 만료됐지만, 나달과 나이키의 관계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위스 시계브랜드 리차드밀은 2010년부터 나달을 후원했다. 경기 중 시계를 차고 서브를 넣는 나달을 보면서 ‘무겁게 왜 시계를 찰까’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리차드밀은 특수제작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다. 나달이 차는 시계는 무게가 20g이 채 나가지 않고, 가격은 10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 제품이다.
서브하는 나달 /신화통신
임경업 기자 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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