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메타버스 시대에도 배는 필요하니까 (feat. 물류대란)
2차전지, 메타버스, 클라우드, 바이오, 반도체? 성장성이 높은 종목을 꼽으라면 생각나는 업종은 대개 이런 것들입니다. 여기서 갑자기 “조선업?”하면 혼날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거제도의 대량 실업, 중국 조선회사들의 굴기 같은 게 떠오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지금 글로벌 물류 대란만 봐도, 메타버스 시대에도 배가 있긴 있어야 해요. 마침 앞으로 조선 업황이 나아질 거라는 얘기가 있어서… 오늘은 앤츠랩 구독자 eorj****@naver.com님이 오래 전에 제안하신 현대중공업을 들여다 보기로 합니다.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입니다. 가끔 중국이 1등이라는 뉴스가 나오는 것은 국가 단위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배 몇 척 만들 수 있는지(건조량), 어떤 배를 만들 수 있는지(탱커∙벌크선∙LNG선 등), 미래 친환경 선박 기술은 보유하고 있는지(액화수소 운반선, 수소 추진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등에서 현대중공업은 가장 앞서 있는 회사입니다. (중국 배는 바다 한 가운데서 갑자기 멈춰버리는 사고도 있었고, 납품 일자를 못 맞춰서 주문한 선주들이 황당해 하는 일도…)
LNG 탱커. 사진 셔터스톡
현대중공업은 또 배 엔진도 만드는데요. ‘힘센엔진’이라는 자체 엔진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배의 주 기관인 대형엔진은 독일과 스위스 업체가 양대 산맥이고, 힘센엔진은 선박 보조기계용 중형엔진인데요. 여하튼 자체 모델이 있는 엔진 메이커는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해 수익성이나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습니다.
배 만드는 회사가 잘 되려면 선가(배값)와 수주가 둘 다 올라야 하는데요. 업황이 좋아진다고 했는데 내년 수주량은 세계적으로 21% 둔화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이 그럼 뭐야~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것은 이른바 기저효과라고 해서 올해 수주가 너무 잘 돼서 내년이 낮아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배 만드는 데는 적어도 1~3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발주와 수주와 인도, 이런 부분에서 시간차가 나기 마련입니다.
현대중공업의 자체 엔진모델 '힘센(HiMSEN)엔진'. 사진 현대중공업
마찬가지로 앤츠랩 구독자 여러분 가운데서도 글로벌 물류 대란, “배편이 없어서 수출을 못한다” 같은 기사를 보고 HMM 주식을 냉큼 사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배 수요가 저렇게 많으니 조선회사 주식을 사면 바로 오르겠네? 이 부분도 해운회사가 배를 주문한다고 바로바로 조선회사 매출에 반영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수주 단가인데요. 통상 제조업 종목을 보다보면 ‘증설을 해서 주가가 오른다’ 이런 대목들이 나오는데 조선업에 있어서 설비 확장은 너무 어려운 얘기입니다. LNG선 한 대 가격이 평균 2000억원씩 하거든요? 그냥 무슨 BMW가 아니예요. 따라서 증설 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수주 단가 인상인데요. 올 한해 계속 선가가 상승했기 때문에 현재 선가로만 내년에 수주를 해도 평균 수주단가 10%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사실 선가 상승이 2013년에도, 2017년에도 있었는데 주가는 제자리 걸음… 이번엔 뭐가 다르냐면 앞서 언급한 해운 관련 지표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점입니다. HMM 주가는 빠졌지만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아직도 오르는 중! 전방산업인 해운 지표가 좋고, 현대중공업 자체도 올해 수주, 즉 일감을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추가 선가 상승도 기대되는 분위기 입니다.
해양플랜트. 사진 셔터스톡
여기에 지난 수년간 국내 조선소들에 큰 손실을 입혀 온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가 회복되면서 돈 새 나갈 구멍을 하나 더 막은 셈입니다.
현대중공업은 9월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88% 상승했습니다. 조선업 세계 최고 경쟁력, 엔진사업 보유, 해양부문 수주 회복 등 추가 상승 여력이 꽤 있습니다. 지금껏 쌓인 수주량, 선가 상승, 전방산업인 해운지표 개선 등이 모두 모여 내년 말 또는 2023년엔 흑자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종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2023년이냐? 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선가가 낮았던 올해 이전 수주 분을 내년에 선주들에게 인도할 예정입니다. 올해 하반기 수주 분이 선가가 가장 높은데, 이 배들이 대부분 인도되는 시점은 2024년... 결국 올해 하반기 선가가 매출에 반영되는 시점은 2023년이라는 얘기죠.
현대중공업의 AIP 잠수함. 사진 현대중공업
올해 선가 인상은 2004년 이후 최대폭 입니다. 또 한국과 중국의 조선소들은 3년치 이상의 일감을 이미 확보했습니다. 후판(배 만드는 두꺼운 철판)가격 인상으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지만, 조선회사들은 이를 위해 충당금을 다 설정해 놓았습니다. 다만 이 충당금 부분은 2022년 매출에서 적자로 잡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단기적인 관점에선 저평가돼 있다고 하기 어렵고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 상장시 조선업 대장주 자리를 내준 현대미포조선(중형선박 전문)이 밸류에이션 관점에선 나아 보입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심사도 3년째 지지부진 합니다. 무산되면 대우조선해양의 피해가 더 크긴 하겠지만 현대중공업 주가에도 악재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극적으로 통과한다면? 주가에 큰 호재! (※주말 사이 유럽연합이 합병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습니다ㅠ)
현대중공업지주. 출처 현대중공업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렇게 지표 상 모든 게 좋은데도 과거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회사)이나 경쟁 조선사를 봤을 때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이 오롯이 조선업체로 재상장을 했기 때문에 '1위 프리미엄'이 있을 거라고 하는데 지켜봐야겠습니다.
또 조선업은 국제유가가 올라야 좋습니다. 석유화학 운반선 등 탱커 발주가 지지부진한 유가 때문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약 규모가 조 단위로 큰 해양플랜트도 발주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위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조선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계시다면, 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2차전지도 메타버스도 아닌, 섬유의류 업종(작년말 대비 70.42% 상승)이었다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다~ 좋은데...주가 오를 때만 기다린다
이 기사는 12월 1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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