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켄타우로스 변이
스페인을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가 신화 속 존재인 켄타우로스의 출산 장면을 담아낸 '켄타우로스 가족'(1940). 정교한 테크닉과 안정적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달리 스스로 고전주의 양식으로의 회귀를 드러낸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3월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 2020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 확진이었다. 두 번째 걸렸을 때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코로나는 테세우스의 바이러스”라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에 비유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영웅 테세우스를 기리기 위해 그의 배를 항구에 영구 정박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부식이 심해지면 널빤지·돛대 등을 새것으로 갈아야 했다. 부품을 계속 교체해도 그 배를 여전히 같은 배로 볼 수 있을까. 머스크는 코로나 변이가 계속 출현하는데 언제까지 같은 코로나로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을 던진 것이다.
▶질병 등 의학 용어는 그리스 신화에서 따온 것이 많다. 서양 의학이 고대 그리스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영향일 것이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고대 그리스 의사였다. 전 세계 의사협회 로고엔 어김없이 뱀이 등장하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에 감긴 뱀이다. 아스클레피오스가 만났던 뱀이 물어온 풀이 죽은 뱀을 살렸다는 이야기에서 기원했다.
▶코로나는 불안정한 RNA 바이러스여서 복제 과정에서 변이가 많이 생긴다. 지난 6일까지 WHO가 집계한 오미크론 세부 변이만 194개에 달한다. 이 변이 바이러스들을 유전형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 알파, 델타, 오미크론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하위 변이가 생기면 오미크론형 AA로, 이 변이에서 다시 파생 변이가 생기면 AA.1 식으로 분류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오미크론 BA.5 확산으로 하루 4만명 안팎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중 BA.2.75를 ‘켄타우로스’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BA.2의 파생 변이다. 확산 속도가 빠른 데다 면역 회피 능력도 뛰어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에 비유했다고 한다. 평범한 트위터 이용자가 붙인 이름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인지 널리 쓰이고 있지만 너무 공포를 조장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BA.5와의 싸움도 힘겨운데 켄타우로스까지 가세하니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두 변이가 차례로 쌍봉을 나타낼 수도 있고 전파력이 좋은 켄타우로스가 빠르게 우세종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행히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할수록 전파 속도는 빨라지는 반면 치명률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기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효과는 떨어져도 중증화 예방 효과는 있다고 하니 고령층은 일단 4차 접종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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