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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바이러스 다시 생겼다”…오미크론 걸렸어도 안심 못하는 이유

레이찰스 2022. 7. 21. 08:43

“강력한 바이러스 다시 생겼다”…오미크론 걸렸어도 안심 못하는 이유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만6402명을 기록한 20일 서울 용산구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 대기를 하고 있다./뉴스1
전파력이 높은 BA.5가 우세종이 되면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틀 연속 7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지난 4일부터 17일 째 주간 더블링(확진자 수 두배 증가)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8월 말쯤이면 하루 확진자 수가 최대 28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추정치까지 나온 상황이다. 감염병 전문가는 “강력한 바이러스가 다시 생겼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BA.5의 경우에는 기존의 BA.1이나 BA.2(오미크론)에 비해서 전파력이 35% 더 높고 면역 회피능력, 즉 감염됐던 사람들이 재감염될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전파의 속도가 빨라지고 유행 증가 속도도 빨라지다 보니까 정점 시기도 굉장히 급격하게 진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이 유행했던 2, 3, 4월에 감염이 됐던 분들은 자연스럽게 면역을 갖게 된다”면서도 “BA.5가 다시 몸에 들어왔을 때 막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외국의 연구결과를 보면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람들 몸에 만들어진 항체가 BA.5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힘이 35% 떨어진다. 적어도 3분의 1 정도는 재감염이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감염되지 않았던 사람들, 또 기존에 백신을 맞아서 면역이 있었는데 면역력이 떨어지고 있는 집단, 그리고 감염이 됐던 분들 중에서도 일부는 감염이 다시 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유행의 폭이 상당히 좀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에 대한 추가 대책을 논의한 중대본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 확진자는 7만6402명으로, 전날(7만3582명)에 이어 이틀째 7만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엄 교수는 PCR 검사를 받지 않은 숨은 확진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확진자는 2배가량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엄 교수는 “오미크론이 유행할 당시부터 특히 젊은 층 또는 일을 놓을 수 없는 분들께서 검사를 아예 받지 않거나 아니면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한 이후 결과나 본인의 상황에 따라 확진 검사를 받을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그러다 보니 당연히 확진 검사 체계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분들이 상당수가 존재를 하는데 이분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도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학계에서는 실제 감염자를 2배 정도로 보고 있다”며 “실제로는 지금 확진자가 매일 10만 명 이상은 될 것”이라고 했다.

더욱이 인도에서 생겨난 또 다른 변이, ‘켄타우로스’로 불리는 BA.2.75가 국내에 유입된 상황이다.

엄 교수는 “아직 정보는 많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 퍼지고 있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있다”며 “첫 번째 감염 확인된 분이 해외여행력이 없어 누군가 이미 BA.2.75를 갖고 들어온 사람에 의해서 전파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아직 켄타우로스의 전파력이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 교수는 “만약 BA.2.75 BA.5보다 전파력이 낮다면 일부 지역에서만 유행하다가 소멸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에 BA.2.75 BA.5보다 전파력이 높다면 서서히 BA.5를 또 이겨내고 우세종이 되기 위한 과정을 겪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정점이 두 번 생기는 쌍봉형의 유행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또 “BA.2.75는 인도에서 확인이 된 변이 바이러스인데 앞서 치명률이 높았던 델타변이가 인도에서 확인이 됐었다”며 “BA.2.75의 치명률이 아직 확인이 잘 안 되는데 만약에 BA.2.75가 앞선 변이 보다 치명률이 높다면 유행이 커지고 길어지면서 치명률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엄 교수는 “지금 당장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을 보면 유행의 규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은 없다”며 “유행의 규모를 줄이려면 유행이 시작하게 됐을 때 선제적으로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그런 대응을 하지 않겠다라고 결정을 했기 때문에 유행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이동량이나 접촉량의 증가, 백신접종률 그리고 변이의 전파력에 그냥 맡겨진 대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엄 교수는 현 상황에서 ▲고위험시설 종사자들의 주기적인 코로나 검사 ▲고위험군 4차 접종 ▲중증병상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자아 기자 kimself@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