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면받는 지방근무, 외국인 채운다…지역 특화비자 신설
중앙일보
중소기업‧비수도권 중심으로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외국인 인력 수급을 확대해 대응하기로 했다. 국내 인력이 주로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극심해진 영향이다. 뿌리산업 위주의 제조업체나 조선업계뿐 아니라 식당 등 대면 서비스업도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태국에서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역 특화비자 신설, 외국인 비자 문턱 낮추기로
12일 주요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법무부‧고용부 등은 인구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인력난 해소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역 특화비자를 신설해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 외국인 거주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필요한 외국인 인력 수요를 제출하면, 정부에서 이를 평가해 적정 인력을 산출한다. 그만큼 외국인에게 해당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특화비자를 추가로 발급해주는 식이다. 주로 인구감소지역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특정 지역에서 몇 년 이상 의무로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외국인 유입을 통해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는 게 정책 목표다. 지방대학과도 연계해 유학생이 해당 학교 졸업 이후 그 지역에서 일할 경우 거주 혜택을 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지역 특화비자는 외국인이 주로 국내 취업을 위해 발급받는 재외동포(F4)나 비전문취업(E9) 비자보다 취업 제한을 완화한다.
인구감소지역 89곳 지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외동포의 80%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등 외국인의 수도권 집중도가 극심한 상황”이라며 “외국인 인력을 노동력이 부족한 지방에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행정구역으로 나눠 비자를 주는 게 아니라 지역 산업단지에 필요한 인력을 매칭해주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전문인력 키운다
조선업 등 전문인력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은 완화한다. 숙련기능 인력 자격은 매년 쿼터에 따라 소수 외국인에게만 주어지는데 해당 쿼터를 매년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외국인 전문인력은 일정 점수를 충족하면 직종 구분 없이 자유롭게 취업이 가능하게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현재는 지정된 분야에서만 활동이 가능한데 이를 풀어주는 것이다. 이 경우 전문인력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반도체‧정보기술(IT) 등 업종 구분 없이 취업이 가능해진다.
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외국인 임금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현재 전문인력에게 발급하는 E7 비자의 경우 저임금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에게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80% 이상을 임금으로 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1인당 GNI가 지난해 연 4048만2000원까지 오르면서 80%라는 기준이 중소기업에게는 높다는 우려가 커지자 비율을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 국내 노동자에겐 역차별이 될 수 있어서다.
일본도 인구감소에 외국인 문 열었다
이런 대책을 검토하는 건 일할 사람은 찾기 힘든 현상이 산업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서다. 선박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조선업의 지난해 수주량은 1744만 CGT(화물톤수)로, 2013년(1845만 CGT) 이후 최대다. 하지만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 업계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2016년엔 17만명이었지만, 최근엔 9만명대로 떨어졌다.
인구 감소 및 지역소멸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예컨대 경북 군위의 중위 연령은 60.8세다. 가장 어린 아기부터 최고령 어르신까지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사람의 나이가 이미 환갑을 넘었다. 통계청은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2020년 5184만명이었던 총인구는 2070년 3766만명 감소할 것이라고 봤다. 현재 3700만명대인 생산연령인구는 2070년 1700만명대로 급감한다.
정부는 이런 외국인력 수급 확대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실제 폐쇄적인 외국인 수용 정책을 유지하던 일본은 2018년부터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를 겪다 보니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일본 정부는 출입국관리법을 고쳐 5년간 14개 업종에서 35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 수용하기로 했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국인이 충분하다면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받을 이유가 없겠지만 지금은 달리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중소기업의 경우 보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노무 이상의 보조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을 무작정 많이 받을 순 없다지만 증원은 고려할 때”라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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