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에 전기차 클러스터 만든다…29년만에 국내 공장 신설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 생산·기술직은 10년만에 채용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왼쪽 앞)가 내연기관차 코나(오른쪽)와 함께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2025년 전기차 전용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 체계는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현대차가 29년 만에 국내에 신규 공장을 짓는다. 2조원이 투입될 새 공장은 연 15만대 생산이 가능한 첫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내년에 착공해 2025년 준공 예정이다. 국내에 현대차 신규 공장이 들어서는 건 1996년 아산공장 건설 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그간 강성 노조와 낮은 생산성 때문에 국내에 새 공장을 짓지 않았다. 현대차는 10년 만에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도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1일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내 투자 계획에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차에 따르면 2023년 착공하는 새 공장은 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디지털 공장이 될 전망으로 입지는 울산이 유력하다. 이 공장에는 1500~2000명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 공장은 글로벌 수준 전기차 양산 공장이 될 것”이라며 “기존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동시에 신규 인력을 충원해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에 따라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등을 제조할 ‘전기차 부품 클러스터’도 울산 인근에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완성차 업계에선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사와 합작하는 방식으로 울산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노사는 울산, 전주, 아산 공장 등 국내 노후 생산 라인을 단계적으로 재건축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가 신규 전기차 공장 건설에 합의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예외 없이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3만개)의 3분의 1 수준이고 구조가 완전히 다른 전기차를 조립할 수 있는 첨단 공장을 만들어 생산성과 상품성을 동시에 높이고, 기존 공장들도 이 공장을 롤모델 삼아 전기차 생산 라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최초의 전기차 공장을 짓는 것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가 전환점을 맞는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전기차 공장의 생산 효율성이 높아지면 다른 공장에도 변화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제네시스 전기차 생산
새 전기차 전용 공장에선 2025년 이후 전기차로만 신차를 출시하는 ‘제네시스’ 브랜드 모델이 주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준비 중인 두 번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차종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14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은 2030년엔 연간 14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2025년까지 21조원을 들여 국내 전기차 생산능력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전동화와 기술 고도화에 16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기아 화성 공장에 특수 목적용 전기차 공장 신설,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노사 합의도 그 같은 투자 계획의 연장선에 있다.
울산이 새 공장 부지로 낙점된 것은 기존 울산 공장 면적이 축구장 670개와 맞먹는 500만㎡로 넓은 데다 기존 부품사들과의 협업이나 물류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차 축소에 따라 수요가 급감할 엔진·변속기 공장을 일부 철거하고 그 자리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신규 전기차 공장이 건설되면 울산을 중심으로 전기차 부품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배터리 공급을 위해 현대차가 국내 배터리사와 배터리 합작 공장 건립도 반드시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생산 인력 직무 전환도 추진
현대차는 신규 공장 증설과 함께 생산 인력의 ‘직무 전환’도 함께 추진한다. 노사는 합의안에서 “제조설루션·품질·연구개발 부문 등의 경우 미래 산업 관련 능력 개발을 위한 성장 교육을 시행하고 자격 요건·경험·직무 등을 고려해 순차적으로 직무 전환 기회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직원들을 교육해 전기차 생산에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노사 양측은 또 내년 상반기 생산직 신규 채용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현대차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노조는 조합원 다수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000명 이상 퇴직한다는 점을 내세워 노동력 확충을 위한 신규 채용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합의하면서 신규 채용 합의도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투자 계획에 합의한 현대차 노사는 12일 오후 월 기본급 10만8000원(수당 포함) 인상과 성과급 300%+550만원, 주식 20주, 재래상품권 25만원 지급을 포함한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노조가 별도 요구안으로 주장하던 임금피크제 폐지는 협의체를 구성해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 같은 합의안이 오는 19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올해 현대차 임단협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노조가 합의서에 서명한 만큼 찬반 투표는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현대차는 2019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루게 된다.
김아사 기자 asa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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