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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회사는 내가” 대우조선 파업 저지, 청년들이 앞장섰다

레이찰스 2022. 7. 16. 07:57

“내 회사는 내가” 대우조선 파업 저지, 청년들이 앞장섰다

2030 직원 16명, 인간띠 잇기 이어 푸른 리본 운동 주도
“민노총 몇 명 때문에 회사가 휘청…
일부 노조원, 대우조선 문닫으면 다른 회사 가면 된다고 비아냥도”

 

15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오션프라자 건물 인근 공원에서 한 대우조선해양 직원이 '불법 파업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글이 적힌 푸른색 리본을 매달고 있다. /김동환 기자

15일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인근 오션프라자 수변공원. ‘대우조선해양 재도약 기회,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 근처에는 ‘불법을 멈추고 대화의 장을 엽시다’ ‘사랑한다 대우조선, 부활하라 대우조선’과 같은 메시지가 적힌 푸른색 리본 수백 개가 바람에 휘날렸다. 이날 오후 20~40대 대우조선 직원 100여 명이 나와 3시간 동안 여기에 리본을 묶었다고 한다.

이 행사를 기획한 건 대우조선해양 내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로 구성된 ‘청년이사회’다. 대우조선이 경영에 청년들의 시각을 반영하겠다며 만든 조직이다. 옥포조선소 등에서 일하는 청년 직원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청년 이사인 직원 이상엽(28)씨는 “회사 정상화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며 “우리에겐 생존이 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가 44일째 이어지고 있다. 파업으로 조선소에서 만든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중단되는 등 경영 차질이 심각하다고 한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18~19일 1독에서 일하는 정규직 직원 420명을 대상으로 휴업도 결정했다. 휴업에 들어가는 직원들은 최근 3개월 평균임금의 70% 수준인 급여를 받게 된다.

회사가 휘청거리게 된 걸 보다 못한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 “내 회사는 내가 지킨다”며 앞으로 나서는 중이다. 지난 14일 옥포조선소 정문에서부터 3.5㎞ 길이의 인간띠를 만들어 대우조선의 상황을 알리는 행사도 이 청년이사회 소속 직원들이 현장의 생산직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했다고 한다.

“불법 파업을 보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하는 젊은 직원이 적지 않다. 스무 살 때부터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직원 이다슬(28)씨는 “8년 동안 협력사 선배들과 함께 일하며 사귀어왔고, 동료로서 협력하고 서로를 존중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일부 근로자가 모든 협력사를 대표하는 것처럼 파업 행위를 정당화하며 경영을 막고 있는 상황에 동료애는 없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사공현(28)씨는 “일부 민노총 조합원들은 정규 직원이 지나갈 때마다 ‘대우조선이 문을 닫으면 우리는 다른 현장에 가서 일하면 된다’며 비아냥대는 걸 보고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일부 조합원이 소화기를 분사해 거기에 맞은 동료 직원도 있다”면서 “그분들도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까지 공격하는 모습을 보며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사 직원 5000여 명은 지난 8일에는 하청지회 파업을 지지하는 민노총 조합원 3500여 명에 맞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는 20일 민노총이 대규모 집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도 맞불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에 참여한 선박전장설계부에서 일하고 있는 사원 지영은(26)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회라는 것에 참여해봤다”고 했다. 그는 “배를 짓는 회사에서 배를 내보내고 있지 못하니 말 그대로 ‘망할 위기’에 처한 것”이라며 “우리 회사가 휘청이는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불법 파업으로 직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불법 점거를 반대하는 단체 행동 규모도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맞불 집회와 인간띠 잇기 행사에 모두 참여한 현장 근로자 강모(30)씨는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일감이 충분히 있으니 잔업과 특근까지 하는 게 정상인데, 독을 점거하는 바람에 일이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최소한의 일만 하고 있기 때문에 월급이 지난달보다 100만원 안팎 줄었다”고 했다.

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박진성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학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