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지길래… “옷 불쾌하다” 美 비행기서 쫓겨난 DJ소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운송 약관 “승객은 적절한 복장 갖춰야”
유나이티드, 델타, 제트블루 등도 비슷한 복장 규정 둬
DJ소다는 26일 자신이 입은 바지(왼쪽) 때문에 미국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했다며 뒤집어 입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인스타그램
한국의 유명 DJ가 미국 비행기에서 바지 때문에 쫓겨났다며 해당 항공사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사들은 이전에도 승객의 복장을 이유로 탑승을 거부해 여러 번 논란이 됐다.
DJ소다는 26일 소셜미디어에 “어제 뉴욕공연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출발 직전 갑자기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1번 좌석에 앉아서 출발 직전 웰컴드링크까지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 직원이 오더니 이유도 알려주지 않은 채 저에게 다짜고짜 짐을 다 갖고 나가라고 하더니 비행기 입구 앞에서 저의 바지가 불쾌하다며 다른 비행기를 타라고 했다”고 말했다.
DJ소다가 올린 사진 속 바지에는 영어 욕설이 적혀 있다. 그는 “그동안 미국 브랜드에서 선물 받은 이 바지를 입고 수개월 동안 미국투어를 다니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DJ소다는 바지를 갈아입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모두가 보는 비행기 입구에서 바지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항공사 측은 “비행기를 타기 전에 바지를 벗지 그랬나. 이미 당신의 바지 때문에 너무 불쾌해 이 비행기에 태울 수 없다”고 했다는 게 DJ소다의 말이다.
그는 “결국 바지를 뒤집어 입은 상태로 비행기에 다시 탈 수 있었다”며 “비행기 입구 앞에서 바지를 벗은 것도, 바지를 벗은 채로 비행기에 태워달라고 빌고 있던 것도 정말 굴욕적인 일이었다”고 했다.
DJ소다는 “8년 동안 투어를 다니면서 비행기에서 쫓겨난 것도 처음이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바지를 벗어본 것도 처음”이라며 “더욱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국가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보이콧하겠다”고 했다.
항공사 규정에 “승객 부적절한 옷차림 허용 안 돼”
과도한 노출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 탑승을 거부당했다고 밝힌 터키 출신 보디빌더 데니즈 사이피나르가 당시 입었던 옷. /인스타그램
미국 항공사가 승객의 복장 때문에 탑승을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10대 소녀 두 명이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절해 논란이 됐다. 당시 미국에서는 “대중화된 레깅스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항공사가 구닥다리다”는 의견과 “금지는 아니지만 예의상 입지 말자”는 의견으로 갈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아메리칸 에어라인 역시 노출이 과도한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로 비행기 탑승을 거부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7월 터키 출신 여성 보디빌더는 “항공사 직원들이 내 복장을 보고 ‘알몸’이라고 불렀다”며 “미국에서 핫팬츠를 입었다고 비행기를 못 탄 것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올해 1월에는 2012년 ‘미스 USA’와 ‘미스 유니버스’ 우승자가 노출 복장이라는 이유로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운송 약관에는 “승객은 적절한 복장을 갖춰야 한다. 맨발 또는 부적절한 옷차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이들의 탑승을 거부하면서 해당 규정을 내세웠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외에도 유나이티드, 델타, 제트블루, 사우스웨스트, 알래스카 에어라인 등도 비슷한 복장 규정을 두고 있다. CNN은 이들 항공사가 외설적, 노골적, 불쾌감이나 짜증을 유발하는 기내 옷차림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레깅스로 대표되는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애슬래져룩’의 확산으로 기내 복장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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