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발루산행 산행기(17회 최주석)
2011년 9월29일 10시30분 청조산악회원 16명중 13명이 노포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인천공항행 리무진버스에 몸을 실었다. 3명은 KTX로 출발.
15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열차 편으로 출발한 일행을 기다리니 모두들 제시간에
합류 한다. 15회: 김헌. 최선광. 17회: 나철수(단장). 박남호. 김광성. 최주석. 19회: 윤상봉.
현종운. 21회: 이재명. 22회: 윤권철. 박순형(유지영). 27회: 김정준. 이현수(이문희). 32회:
김경범(총무)). 인솔자 없이 우리끼리 간다. 출발 전 청조산악회 깃발을 펴고 기념촬영을 했다.
카메라가 많으니 모두가 다 사진사다.
18시 50분 출발인데 19시15분에 코타키나발루직항 아시아나기가 활주로를 벗어난다.
기내를 둘러보니 빈 좌석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곧 이어서 기내식이 나온다.
23시10분(우리나라시간 24시10분. 시차1시간) 코타키나발루공항 도착.
짐 찾고, 마중 나온 한국인 가이드 김영준씨와 미팅하고, 호텔로 이동, 객실 배정받고, 내일
산행할 배낭 정리하고 샤워하고 나니 취침시간이 01시 30분이다.
9월30일 05시 모닝콜. 06시 아침식사. 07시 키나발루로 출발(약2시간 소요). 차량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좌측통행을 한다. 2차선 도로인데 코너를 돌때 마주 오는 차 때문에 깜짝 깜짝
놀란다. 가는 도중에 전망대에서 키나발루와 눈인사부터 하고 전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4095m라는 높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키나발루라는 이름은 원주민 카자단 두순족의
“아키 나발루”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아키(aki)는 조상이란 뜻이고 나발루는 산이란
뜻이란다. 하여 키나발루(Home of the spirits the dead)는 조상의 산 이다. 키나발루여 잠시만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
가끔씩 산 정상부근에 흰 구름이 머물기도 하여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아무리 변화
무쌍한 고산지대의 날씨라 해도 이정도면 산행하기에는 별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산 중간쯤에서 가늘고 긴 폭포가 시원하게 쏟아진다. 높이가 300m정도라고 한다.
키나발루 국립공원본부(1564m)에서 09시30분 입산수속을 마치고 ID카드를 받고 산행가이드를
배정 받았다(현지인). 6명당 1명씩 이다. 짐을 가이드에게 맡기면 1kg에 5$. 저울로 무게를 측정
한다. 나는 맡길 짐이 별로 없다.
배낭 속에는 여벌옷 1벌, 윈드자켓. 방한복, 물병 그리고 점심도시락뿐이다.
"TAKE NOTHING BUT PHOTOGRAPHS. LEAVE NOTHING BUT FOOTPRINTS"
국립공원본부 앞쪽 산행안내도 아래쪽에 써놓은 인상 깊은 문구이다. 차를 갈아타고 출발점인
팀폰 게이트(1860m)로 이동(약20분). 입산신고(개인별로 서명)후 10시 정각에 게이트를 통과 한다.
얼마나 별러왔던 산행인가. 이제 그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되도록 천천히 가야한다는
충고도 잠시 접어 둔 채 울창한 열대우림 속으로 빨려든다.
잠시 동안 내리막을 걸은 후 좌측으로 20여m의 폭포가 나타난다. 물줄기가 시원하다. 이후부터는
정상까지 계속해서 가파른 오르막이다. 우리들의 숙소인 라반 라타 산장까지는 6km. 대략 1km
마다 쉼터가 있다. 쉼터에는 뜨거운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와 수세식 화장실이 있고
파이프를 통해 해발 3000m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아둔 식수탱크가 있다. 고산지대라 시원한
물맛이 일품이다. 먹는 것과 버리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키나발루 산행코스는 서미트
트레일과 메실라우 트레일이 있다.
두 코스는 layang layang(2702m)에서 만나는데 메실라우 트레일 코스는 1km정도 더 길지만
볼거리가 다양하다고 한다 . 인천공항에서 오전에 출발하면 메실라우 트레일이고 오후에 출발
하면 서미트 트레일이다. 우리는 오후 출발이라 서미트트레일 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겠으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정상 체력 안배를 고려한다면 메실라우 트레일이 나을 것 같다.
1 쉼터. kandis(1961m). 팀폰에서 1km. 한라산보다 11m 높다.
열대식물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밀림지대여서 등산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가 없다.
2쉼터. uboh(2081.4m). 팀폰에서 1.5km.
돌계단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으나 길이 험하고 파인 곳이 많아 만만치 않다. 비 가 오면 등산로가
물길로 변할 것 같다. 계단과 난간을 만든 나무는 쇠못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단단해 보인다.
아주 덥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는데 옷은 이미 젖어있다.
3쉼터. lowii(2267m). 팀폰에서 2.5km.
해발 2000m를 처음 오르는 사람이 많을 텐데 아직까지는 모두들 건재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담소를 나누며 하산하는 외국인들과도 서로 인사를 한다. 인도, 홍콩, 말레 이시아, 일본, 호주
사람들이 가장 많다. 단체산행은 한국사람들 뿐인 것 같다. 처음 보는 꽃 과 나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천천히 오른다. 식충식물인 네펜데스, 우리키보다 훨씬 큰 양치식물들, 아름다운 꽃을
피운 난 종류들, 열매가 달린 걸로 보아 꽃구경하기에 는 철이 좀 지난 것 같다. 서로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걸보니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게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란 생각을 일깨워 준다.
키나발루 국립공원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이란다. 우리나라 제주도가 여기에
도전하고 있다.
4쉼터. mempening(2320m). 팀폰에서 3.17km.
김 총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제일 젊은 사람이 제일 먼저 고산증세가 오는가 보 다. 다들
걱정을 하며 더욱 조심을 한다. 잠시 후 김 총무는 배낭을 벗어 짐꾼에게 맡기고 만다. 여기 까지
고생하며 메고 온 게 아깝다. 국내산행에서는 산행시작과 동시에 얼굴 보기 어렵던
나철수 단장도 내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걸 보니 어지간히 긴장하고 조심하는 것 같다.
5쉼터, Layang Layang(2702m). 팀폰에서 4km.
점심 먹는 장소다. 배도 고프거니와 먹고 나면 배낭무게가 줄어든다는 게 우리를 더 기쁘게한다.
쇼핑백에서 꺼낸 도시락은 가히 성찬이다. 호텔에 맡기지 않고 우리 입맛에 맞도록
가이드 부인이 밤새워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호텔에서 준비한 점심으로 빵을 먹고 있던 창원 마산 팀들이 자기네 가이드에게 불만을 쏟아놓기 시작하더니 금방 식사를 끝내고 산행을 시작한다.
다행히 김 총무도 원기를 회복한 것 같다. 반소매 반바지로 산행하던 사람들도 이젠 모두들 긴 옷차림으로 바뀐다. 윈드자켓까지 꺼내 입는다. 추운 건 아니지만 바람이 많이 부니까 체온은 유지해야 한다.
6쉼터. willosa(2960m). 팀폰에서 5km.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한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안개가 바람 따라 왔다 갔다 시야를 어지럽
히며 가끔씩 빗방울도 떨어진다. 오후에 비가 올 것 이라든 가이드의 말이 맞으려나보다. 서둘러
배낭커버를 씌운다. 구름이 걷히더니 갑자기 눈앞에 거 대한 바위산이 나타난다. 이제 산장까지
거의 다 왔나보다.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지고 배낭마저 점점 더 무거워 지는 것 같다. 체력은 바닥
나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염체불구하고 20m, 30m에 한 번씩 길가에 퍼질러 앉는다. 공기 중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교목들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관목들이 눈 아래 깔려 있다. 지천으로 널려있던 양치류
들도 사라져 버렸다.
고도에 따른 공기 중의 산소량은 3000m--68%. 3500m--64%. 4000m--60%라고 한다.
7쉼터. paka(3080.4m). 팀폰에서 5.5km.
헬리콥터장이 있는 곳. 다 왔다고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 발걸음도 빨라진다. 머리 아픈 것도 잊어
버렸다.
드디어 LABAN RATA산장(3273M)에 도착했다(17시). 팀폰 게이트에서 6km. 7시간 만에 도착했다.
고령자들이 많아 시간이 좀 많이 걸린 것 같다. 전체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산행시간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산장에 도착하자마자 컴컴해 지면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스콜이 덮친다. 간발의
차이다. 비가 우리를 피하는가 보다. 참으로 운이 좋다.
18시 저녁식사 시간이다. 산장수용인원이 150명이라는데 한꺼번에 식사하기란 무리인 것 같다.
자리다툼이 벌어진다. 150명중 한국인이 70명이란다. 뷔페식인데 산장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식사가 끝날 즈음 스콜이 그치면서 산장 옆 바위산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서쪽
하늘엔 노을이 지고 있다. 모두들 이 순간을 놓칠세라 열심히 셔터를 눌러본다. 산장에서 보는
낙조가 장관이라는데 오늘은 아닌 것 같다.
방 배정을 받고 올라 가보니 우리는 6인실이다. 15회 선배님 두 분과 17회 4명이다.
침상은 철제로 된 2층 간이침대인데 낡아서 조금만 움직여도 진동이 아주 심하다. 내일 산행에
필요한 짐(방한복, 랜턴, 스틱. 물병, 간식거리, 카메라, 등등)을 챙기는데 사탕봉지며 간식봉지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터질듯이 빵빵하다. 불필요한 짐은 모두 산장에 두고 간다. 샤워실, 화장실,
세면대가 있으나 더운물은 나오지 않는다. 샤워를 한다거나 음주 흡연은 고산증세를 악화 시킨
다고 하니 별로 할 일이 없다.
20시 소등. 취침시간이다. 내일 새벽 1시30분 기상이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보지만 도대체
잠이 오질 않는다. 어제의 수면시간과 오늘의 운동량으로 봐서는 골아 떨어져야 정상인데
이상하다. 이것도 고산증세의 일종인가. 잠이 안 오더라도 눈만 감고 있어도 피로회복에는 도움이
된다는 가이드의 말이 생각나 꼼짝 않고 누워 있는다. 15회 선배님 쪽에서는 간간히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부럽다. 새벽1시 발자국 소리며 주변이 소란스럽다. 모닝콜은 아직 30분이나
남았는데. 한잠도 못 잦지만 일어날 수밖에 없다. 어제 저녁부터 생긴 가벼운 두통증세는 여전하다.
얼굴이 꺼칠한걸 보니 다들 한숨도 못잔 것 같다. 얼굴에 물 칠만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몇 가지
음식이 준비되어 있으나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준비해온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몇 숟갈 먹어본다.
2시40분 방한복 지퍼를 올리고 방한모에 달린 랜턴 불빛에 의지해 산장을 출발한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별이 총총하다. 오랜만에 보는 밤하늘 이다. 적도의 은하수도 동서로 길게 드리워져 있다.
집에서도 보기 어려운 은하수를 키나발루에서 보다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참 좋은 날씨다.
정상인 로우봉 까지는 2.7km 이다.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하니 난이도가 어느 정도 인지 짐작이 간다. 깜깜하다. 출발은 같이 했는데 누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앞사람의 발뒤꿈치만 따를 뿐이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길게 늘어진 로프가 나타난다. 스틱을 접으란다. 이제부터는 로프에 의지하여 네발로 기어오른다.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머릿속이 텅 비어 시공의 개념이 없다.
배낭속의 두통약이 생각나지만 참아보기로 한다. 왜 오르는지 왜 올라야하는지도 잊었다. 체력은 바닥났고 가쁜 숨만 몰아쉰다. 10m 가다 쉬고 5m 가다 쉬기를 반복한다. 길가에 누워버린 사람들도 간혹 눈에 띤다.
sayat sayat 쉼터(산장에서 1km지점)에 도착하여 체크한 후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서 부터는
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이다. 로프만 따라가면 정상으로 안내한다.
5시20분 주변이 점차 밝아지기 시작 한다. 일출시간이 가까워 졌다. 정상은 아직 멀었는데 일출을
보기위한 마음이 바빠진다. 그러나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누군가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 같다.
5시55분 동쪽 능선에서 황금빛 태양이 서서히 그 자태를 드러낸다. 햇빛이 황금빛이란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급히 샷타를 몇 번 누르고 일출의 장엄함에 도취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다.
정신을 수습하여 정상표지판에서 인정샷을 한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금방 자리를 내주고 만다.
주위를 둘러싼 고봉(ST JOHON´S PEAK, ALEXANDRA´S PEAK, KING EDWARD PEAK, UGLY SISTER PEAK, DONKEY EARS PEAK, SOUTH PEAK)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차례대로 깨어난다.
27회 이현수씨가 가져온 포도주로 정상주를 한잔씩 하고 로우봉을 배경으로 청조산악회기를
펼쳐들고 모두모여 기념촬영을 한 후 하산을 시작한다. 암반 길을 내려오다 보니 남쪽하늘 구름
위로 높은 산봉우리들이 군데군데 섬처럼 떠있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했는데 여기보다 훨씬 더 높아 보인다. 아마도 착시현상이겠지. sayat sayat에서 다시
체크를 하고 통과한다. 올라갈 때는 어두워서 몰랐는데 밝을 때 보니 하산길이 장난이 아니다.
로프에 매달려 암벽을 타고내리고 가로지르고. 이험한 길을 어떻게 올라 왔는지 아찔하다.
조심조심 하산을 하는데 진땀이 난다.
09시 산장에 도착하여 짐 정리를 하고 아침밥을 먹는데 도통 식욕이 없다. 10시부터 하산을
시작한다. 어제와는 달리 모두들 발걸음이 가볍다. 적어도 내려갈 때는 고산병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원점회귀 산행이라 내려갈 때는 별다른 구경거리도 없고 하여 지루하지만 하산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14:00. 16명중 마지막주자가 팀폰 게이터를 통과한다. 한명의 낙오도 없이 모두 완주를 했다.
열대 지방의 그 흔한 스콜 한번 맞지 않고 low′s peak의 장엄한 일출도 맞았으니 우리 팀은 분명
복 받은 사람들이다. 승합차로 국립공원본부로 이동하여 신고하고 A4크기의 칼라로 인쇄된
인정서를 받는다. 구겨지지 않게 소중히 간직한다. 돌아가면 다들 부러워하겠지.
일련번호(내가 받은 일련번호: 277983) 이름 날짜 관리소장서명과 가이드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여기까지 왔어도 인정서를 받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데 청조산악회원 16명은
모두다 인정서를 받았다.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해냈다. 청조산악회 파이팅.
17회 최 주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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