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나발루산 여행기
때는 바야흐로 서기 2011년 10월 1일 오전 6시 .
개천절을 이틀 앞두고, 우리 팀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16명 전원이 키나발루 산정에서
하늘이 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걸음이 빠른 몇분은 최고봉인 Low's Peak <4095m>에서,
저를 포함한 나머지분들은 Low's Peak 가는 길목에서 태양이 키나발루의 여러 봉우리
들을 차례차례로 비추는 것을 보았습니다.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직 바위덩어리만 있는곳.
Low's Peak <4095m> St. John's Peak <4091m> Donkey Ears Peak <4054m> South Peak <3933m> 등의 이름을 가진 갖가지 모양의 거대한 바위산 꼭대기에, 붉은 태양이 순서대로
자신의 기운을 던져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박범신선생이 히말라야 일출을 보고 '카르마' 를 느꼈다고 했었는데. 무슨 뜻인지 어렴
풋이 짐작이 되었습니다.
9월 29일 목요일 오전 10시30분에 부산 노포동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밤11시에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도착.
30일 아침10시 Timpohon Gate <1866m>에서 등반 시작하여 오후 5시 Laban Rata 산장 <3273m>
도착 . 저녁 7시 취침.
10월1일 새벽 2시30분에 다시 등반 시작. 3500m 부터 3700m 구간은 오직 바위에 설치된 로프만
붙잡고 68% 밖에 안되는 공기를 마셔가며, 이마에 전등을 하나씩 매달고 드디어 정상에 오른
것이지요. 가끔씩 가쁜 숨을 쉬면서 올려다본 하늘의 별들은 어쩜 그리도 고운지.....
키나발루 는 '죽은 자의 영혼이 머무는 곳' 이라는 뜻인데, 멀리서 보면 거인이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모양 같았습니다.
이 거인이 우리 일행을 어여삐 보았는지, 날씨가 너무나 딱 맞았답니다.
첫날 산장까지 가는 동안은 구름이 뜨거운 해를 살짝 가려주고,산장에 딱 도착하니 스콜이 확 쏟아
져서 구름을 걷어가고, 그 유명한 Laban Rata 일몰과 폭포를 보여주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정상에 올라갈 땐 날이 활짝 개어서 그야말로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해발 1866 m에서 출발하여 수목한계선인 3700m 까지 여러가지 나무 풀등이 참 많았는데, 제가
워낙 식물에 무지하여 "신기하다"고 감탄하는 거 말고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특히 3700m
부근 바위 틈에 나지막하고 조그만하게 노란꽃, 빨간꽃 들이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보았습니다. 너무 예쁘고 기특하고 대견해서....
아침 10시에 산장 출발. 오후 2시에 Timpohon Gate 도착. 여러 선배님들을 포함한 우리 일행은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습니다.
영문으로 이름이 적힌 '등반확인증' 을 받으니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출발지, 정상입구,
도착지 이렇게 3번이나 철저히 확인하고 발급해줬답니다. 집안 보물로 간직할 생각입니다.
일단 동네방네 자랑 좀 하구요. ㅋㅋ
15회 김헌,최선광 선배님. 17회 나철수,박남호,김광성,최주석 선배님. 19회 윤상봉,현종운 선배님.
21회 이재명 선배님. 22회 윤권철,박순형 선배님. 27회 김정준,이현수. 32회 김경범 모두 수고
하셨습니다. 특히 여러 선배님들의 철저한 자기관리 모습은 너무나 인상깊었습니다.
명문 부산고 출신 남편 덕분에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문희 올림 <27회 이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