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이웃,의인,

참사 몇시간 전 똑같은 상황... “내려가는 분부터” 한 여성 통솔에 무사 통행

레이찰스 2022. 11. 1. 09:48

참사 몇시간 전 똑같은 상황... “내려가는 분부터” 한 여성 통솔에 무사 통행

한 여성이 이태원 사고가 발생하기 수시간 전인 29일 오후 7~8시쯤 골목길 정체를 풀기 위해 일방통행을 제안하며 통솔하고 있다./틱톡
 

“내려가! 내려가!”

이태원 핼러윈 파티 현장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하기 수시간 전 꽉 찬 골목길에서 시민들이 일제히 외친 구호다. 좁은 골목길에 인파가 몰려 양방향 통행이 어려워지자 한 시민이 “뒤에 꽉 막혀서 못 올라온다”며 “앞으로 전달해 달라”고 큰소리로 외쳤고, 골목에 있던 시민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일방통행에 동참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이 같은 구호 덕에 무사히 골목을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한 틱톡 계정엔 ‘한 여성분 덕분에 집갔어요. 감사해요’란 설명이 붙은 영상이 올라왔다. 이태원 사고 당일인 지난 29일 촬영된 이 영상엔 사고가 난 골목의 수시간 전 상황이 담겼다.

29일 오후 7~8시쯤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을 보면 이때부터 이 골목은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내리막 위쪽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내려가던 사람들과 이태원역 쪽에서 골목길 위쪽 방향으로 올라오려던 사람들이 대치돼 통행이 불가능한 모습이다.

이때 한 여성은 큰 목소리로 “앞으로 전달해주세요. 여기 뒤에 꽉 막혀있으니까 못 올라온다고”라며 “잠시 올라오실 분 대기해주시고 내려가실 분부터 이동해요. 앞으로 전달해주세요”라고 외친다.

시민들은 “좋아요” “네”라고 호응했고, 곧 골목에 “내려가! 내려가!”란 구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여성의 통솔 이후 시작된 "내려가!" 구호에 골목길 정체가 풀려 시민들이 내려가고 있다./틱톡

이후 시민들은 질서를 유지하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골목길 시작 부근 정체도 풀렸다. 영상에선 “오 진짜 내려가진다”는 시민들 목소리도 들렸다.

당초 이 영상은 “내려가”란 구호만 부각돼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오해를 사기도 했다. 사고 당시 계단이나 건물 구조물 위로 구조돼 올라온 사람들에게 다시 골목길로 내려가라는 이기적인 구호로 둔갑한 것이다.

그러나 한 여성이 통솔한 내용과 촬영 시각이 공개되고, 통솔 덕에 무사히 빠져나왔단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들 증언이 나오면서 오해가 풀렸다.

자신이 영상에 나오는 특정 인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7시30분 쯤 사고 장소 지나갈 때 벌어진 일”이라며 “여성분 우렁찬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동영상에 저도 있었는데 이 상황은 사건 일어나기 한참 전인 7시30분에서 8시 사이”라며 “여성분이 처음 소리치면서 길 정리하는데 사람들 환호하며 통솔됐다. 저도 저 사이에서 20분가량 끼어있다가 간신히 나왔다”고 했다.

29일 이태원에는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9일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은 13131명으로 전날(5만9995명)의 2배 이상이었다. 사고가 난 골목길은 이태원역에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이동하는 길이라 유독 사람들로 붐볐다. 경찰에 따르면 오후 1015분쯤 이 골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31일 기준 154명이 숨지고 132명이 다쳤다.

김자아 기자 kimself@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