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형 일자리? 만든 전기차는 겨우 1400대
文정부의 국정과제 ‘전기차 클러스터’ 위기
지난해 6월 명신 군산 공장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1호 생산차 ‘다니고밴’ 출고식에서 송하진(왼쪽에서 셋째) 당시 전북지사, 강임준(오른쪽에서 둘째) 군산시장, 이태규(오른쪽에서 다섯째) 명신 대표 등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전북도청 제공)/연합뉴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전북 군산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국정 과제로 추진한 ‘군산형 일자리’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 사업은 정부와 군산시가 선정한 5개 업체(명신, 에디슨모터스, 코스텍, 대창모터스, MPS코리아)가 1700명을 고용해 2023년까지 연 12만대, 2024년까지 누적 32만대 차량을 생산한다는 게 핵심으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를 합쳐 사업비 규모만 5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내년까지 연 12만대 차량 생산이라는 목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상황이다. 참여 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큰 명신은 2019년부터 중국, 이집트 업체와 23만대 생산 계약 및 수출 의향서를 잇따라 체결했지만, 이 계약과 관련된 실제 전기차 제조는 단 1대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업체가 경영난에 빠지고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면서 계약 이행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군산에서만 연 3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에디슨모터스는 강영권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자금이 돌지 않아 부품 조달을 하지 못한 공장은 생산이 멈췄다. 이들 참여 업체의 올해 총생산량은 당초 목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1400대 정도에 불과하다. 사업 설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2018년 한국GM 군산 공장이 문을 닫고 지역 여론이 나빠지자 고용 숫자에만 매달려 정밀한 계획 없이 사업을 추진한 결과”라고 말했다.
◇”사업 설계 때 실현 가능성 고려했어야”
지역 정가와 산업계는 ‘군산형 일자리’의 실패가 예견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군산시가 사업을 주도할 기업으로 점찍었던 명신은 2019년 중국 전기차 업체 바이턴과 5만대 생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바이턴의 경영이 어려워지며 계약이 흔들리자 군산형 일자리 사업 성사 자체가 어려워졌다. 5개 참여 기업 중 MPS코리아는 작년 8월 부지 분양 등 절차를 문제 삼으며 투자 철회 의사를 밝혔다.
출범 직후부터 무산 위기를 맞아 휘청이던 군산형 일자리 사업은 명신이 올해 1월 이집트 국영 자동차 업체와 10만대 규모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고, 2월 또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인 패러데이 퓨처와 8만대 전기차 위탁 생산 계약을 맺으면서 겨우 되살아났다. 군산시는 참여한 4사에 100억원까지 무담보 보증을 하고 20년 상환 조건으로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군산시에 전기차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며 정부와 군산시가 쏟아부은 금액만 16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명신과 계약한 중국 패러데이 퓨처는 미국에서 전기차 사전 계약 물량을 거짓으로 공표했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있고, 나스닥 상장폐지설까지 불거졌다. 이집트 국영 업체의 경우는 의향서만 주고받은 단계라 실제 계약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한 정부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군산뿐 아니라 광주, 밀양, 부산 등에서 동시다발로 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느 한 곳이 무산되면 전체 사업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생산, 고용 못 해도 환수 등 불가능
지역마다 벌어지고 있는 ‘OO형 일자리 사업’은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도 참여 업체들이 서두를 동기가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참여 업체들이 목표한 생산과 고용을 달성 못 해도 그에 따른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지방에 산업 단지를 조성한다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 특성상 직·간접 지원에 대한 환수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장을 지으며 받는 투자 보조금의 경우엔 3년 내 공장을 짓기만 하면 된다. 공장과 부지 등 투자 금액은 오롯이 기업 소유기 때문에 처분이 가능하다. 실제로 에디슨모터스도 투자금 대비 차익을 보고 매각이 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형 일자리 컨설팅 사업단장을 맡았던 김현철 군산대 교수는 “이집트 계약은 난항이 예상되나 패러데이 퓨처 계약 차량은 내년 중반 이후 생산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했다. 군산시와 산업부는 “업체들이 목표한 생산과 고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아사 기자 asa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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