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판정부 “론스타 ‘먹튀’ 넘어 속이고 튀었다”
“한국 책임 전혀 없다” 소수 의견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8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사이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에서 한국 정부의 일부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론스타에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정부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해 ‘소수의견’을 낸 판정관은 “한국 정부 책임을 인정한 증거가 전혀 없고, 국제법 위반을 따질 사안도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가 6일 공개한 론스타 ISDS 사건 판정요지서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이번 판정 과정에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점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먹고 튀었다(Eat and Run)’를 넘어 ‘속이고 튀었다’고 볼 수 있다”며 “유죄 판결로 인한 금융위원회의 외환은행 주식매각명령에 따라 론스타가 더는 대주주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됐고 이는 금융당국이 매각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31일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가 요구했던 6조2590억여원의 손해배상 중 2890억여원만 배상하라는 판정을 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제기했던 여러 주장 중 2011~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할 때 금융위원회가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승인을 늦추며 론스타를 불공정 대우했다는 것만 인정했다. 중재판정부는 당시 승인 지연으로 론스타가 5790억여원을 손해봤다고 판단했지만, 론스타에도 잘못이 있다며 손해액의 절반인 2890억여원을 배상하면 된다고 결정했다.
중재판정부가 유일하게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이 사안은 2(찬성):1(반대)로 판정관 의견이 나뉘었다. 이날 공개된 판정요지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다수의견’은 “한국 금융당국이 매각가격 인하가 이루어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Wait and See’ 정책을 취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정치권의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론스타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겠다며 낸 승인심사를 일부러 지연했다는 론스타 측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론스타 측이 제출한 금융위가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국내 언론 기사, 하나금융 관계자가 론스타 관계자에게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의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한 대화 등을 증거로 받아들였다.
반면 ‘소수의견’은 “다수의견은 금융당국에 귀속될 수 있는 행위로서 ‘가격 인하를 위한 암묵적 압력’을 들고 있으나 오직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론스타 측이 제출한 하나금융 관계자와의 대화나 언론사 기사 등을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수의견’은 “금융위 증인 및 내부문건들을 보면 금융위가 매각 가격인하 행위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고, 일관되게 매각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가격인하 압력행위를 금융당국에 귀속시킬 수 있는 직접증거가 없으므로 전문과 추측만으로 국가책임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소수의견’은 “만약 가격인하 압력을 금융당국에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제법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국제법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관할 사안도 아니라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처럼 ‘다수의견’도 론스타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인정한다는 점과 함께 ‘소수의견’에서 국제법 위반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 등을 근거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선고 취소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ICSID 소송당사자는 판정에 대해 권한 초과 행사, 이유 불기재, 절차 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120일 이내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취소 신청을 하면 ICSID는 3명의 심판을 두는 취소위원회를 구성해 서면 공판 및 심리 등을 진행한다. 최종 결정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표태준 기자 pyotaejun@chosun.com
'경제,금융,외환,부동산,재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상] 한동훈 美 출장이 무서운 이유 文 끝났다![따따3부] (0) | 2022.09.07 |
---|---|
[모닝]“걸을수록 금리 높아진다”···최고 연 10% 적금 나왔다 (0) | 2022.09.07 |
[영상] 최재성, 한동훈 美 출장 "FBI에 文 정부 대북송금 의혹 수사 협조 요청" (0) | 2022.09.06 |
與野 종부세 반쪽 합의... 일시적 2주택은 완화, ‘11억 기준’은 유지 (0) | 2022.09.02 |
종부세 완화 법안 8월 통과 무산... 1주택자 등 50만명 혼란 불보듯 (0) | 2022.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