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내홍으로, 野는 ‘부자감세’ 이유로… 종부세 감면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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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1주택자와 이사·상속 등으로 인한 일시적 2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법 개정안의 이달 중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국세청이 종부세를 개정된 법에 따라 깎아서 부과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이달 중으로는 종부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올해 종부세 감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법안이 9월 이후 국회를 통과하면 최대 50만명이 일단 현재 세법에 따라 종부세를 낸 뒤 개정된 세법에 따라 일부를 돌려받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29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열기로 합의했던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가 낸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지난 26일 일부 인용되면서 마비 상태에 빠졌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과도한 부자 감세”라며 세법 심사를 미루고 있다.
30일 본회의가 예정대로 열리더라도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종부세 관련 법안은 없다. 법안이 묶여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과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만나 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종부세 완화 방안은 1주택자의 경우 주택 공시가격에서 11억원을 빼고 남은 부분에 대해 종부세를 매기던 것을, 올해에는 14억원까지 빼주고 남는 부분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매기도록 바꾸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밖에도 주택 매매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다주택자가 된 경우, 상속을 받아 다주택자가 된 경우, 지방 저가 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은 해당 주택을 종부세 과세 주택 수 계산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대선 때부터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완화안과 비슷한 안을 주장해왔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 “섬세하지 못한 종부세 제도 설계로 국민께서 억울함을 느끼는 사례가 여럿 발생하고 있다”며 이직·취학·상속 등으로 인한 2주택과 지방 저가 주택은 종부세 계산에서 제외시키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은 3월에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다. 종부세를 비롯한 부동산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춰주겠다며 관련 요구안을 문재인 정부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이를 위해선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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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 완화를 ‘명백한 부자감세’라고 주장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민주당은 지방선거 패배 후에는 입장을 바꿨다. 일시적 2주택자 등에 대한 종부세 감면은 찬성하지만,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과 기준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려주는 것은 “부자 감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대신, 공시지가 대비 과세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80%로 상향하는 안을 제안했다. 과세 대상을 줄이는 대신, 세금 부과 액수는 높이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종부세 관련 법안 처리 불발 시 여파에 대해 “저희 추산으로는 약 40만명, 부부 공동 명의 재산이 있을 경우 최대 50만명까지 종부세가 (기존 세법대로) 중과(重課)될 수 있다”고 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납세자들은 종부세를 정부 계획보다 적게는 약 20%에서 많게는 약 350%까지 더 내야 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분석에 따르면, 공시지가 약 15억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정부·여당 안대로 세법이 개정되면 올해 종부세를 13만원 내지만, 세법 개정이 무산되면 그 4배가 넘는 59만원을 내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앞으로도 법안 처리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관련 법안을 처리할 다음 기회는 9월 1일 본회의이다.
김경필 기자 pil@chosun.com주희연 기자 j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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