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훈련’ 정부지원 모자라… 사비로 무술 배우는 경찰들
경찰청, ‘인천 층간소음 사건’ 이후 테이저건 등 물리력 대응훈련 강화
尹대통령도 “1인 1권총 검토”
일선 경찰은 “총기사용 제약 많고 두달에 1차례 현장대응 훈련 한계”
유도 등 무술학원 등록 줄이어… 전문가 “체포술 교육 적극 확충을”
“경찰 현장 치안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19일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열린 신임 경찰 310기 졸업식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구대를 방문했을 때도 “경찰관마다 전용 권총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며 구체적인 대응력 강화 방안도 지시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 내에선 ‘현장 치안력을 강화하려면 총기 보급보다 체포술 등에 대한 집중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비로 무도 배우는 경찰
이달 2일 방문한 경기 하남시의 한 무도 도장에선 경찰관 5명이 수강생 30여 명과 함께 섞여 유도와 주짓수를 배우고 있었다. 상대를 용의자라 상상하며 대련에 나서거나 무도를 어떻게 현장에 응용할지를 생각하며 동작을 연습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일선서에서 근무한다는 A 경장(39)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현장에선 총기나 도구를 사용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실전 대응을 위한 별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라고 밝혔다. 두 달 전 경기 광주시의 한 빌라에서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그가 배운 무도가 빛을 발했다. 복도가 좁아 권총을 사용할 경우 총알이 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그는 무도로 남성을 제압했고 경찰과 주민 피해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도장에서 만난 서울 일선서 B 순경도 “사고가 나면 모든 책임을 경찰관 본인이 지는 상황에서 총기 사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체포술을 익히기 위해 무도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무도장 관장 안철웅 씨(40)는 “올 1월부터 총 10명의 경찰이 수강하고 있다”며 “실제 현장에 대응하기 위한 체포술의 일환으로 무도를 배우려는 경찰이 늘고 있다”고 했다.
○ “두 달에 1번 훈련으론 부족”
‘인천 층간소음 사건’ 이후인 지난해 12월 30일, 경찰청은 ‘경찰 현장대응력 강화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기존 ‘무도 훈련’을 ‘물리력 대응 훈련’으로 개편했다. 월 1회 1시간 이상 소집 훈련을 격월 1회 2∼3시간 이상 집중 훈련으로 변경했고, 체포술에 더해 팀 단위 대응 훈련과 테이저건 실사 훈련도 추가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격월 1회, 2∼3시간의 훈련만으로 대응력을 높이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일선서 C 경장은 “훈련 시간이 2시간으로 늘긴 했지만 많은 수강생이 정해진 시간 내 일대일 실습을 하기는 여전히 어렵다”며 “대부분은 고과 점수를 채우기 위해 참석해서 놀다 오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장 대응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한국은 총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에 체포술 훈련이 더 중요하다”며 “물리력 대응 훈련 빈도를 늘려 체포술이 운동처럼 몸에 익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차원에서 경찰봉, 테이저건 등 비살상 무기에 대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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