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청소년핸드볼 8전 전승 우승에… “소름돋는 승부” 찬사
결승서 강호 덴마크 꺾고 한국 세계선수권 첫 정상
평균 키 168㎝, 유럽보다 5㎝ 작아
“빠른 공·수 전환만이 살길” 맹훈련
공격 지휘한 160㎝ 김민서 MVP
국제연맹 “결승전 소름돋는 승부
세계가 한국 핸드볼 사랑에 빠져”
소녀들의 우생순 - 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서 열린 세계 여자 청소년핸드볼 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덴마크를 31대28로 물리치고 우승한 뒤 코트에 어우러져 기쁨을 누리고 있다. 32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조별 리그 포함, 결승까지 8경기 전승하며 세계 무대를 제패했다. /국제핸드볼연맹
한국의 승리가 가까워지자 관중석에선 수많은 태극기가 휘날렸다. 경기 장소가 그리스 북쪽의 동유럽 국가인 북마케도니아였고, 우리 교민이 많은 곳이 아닌데도 마치 한국의 안방 같은 분위기였다. 태극기를 흔들며 한국을 응원한 이들은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다른 참가국 선수들이었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세계가 한국 핸드볼과 사랑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낸 소녀들
한국은 11일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의 보리스 트라이코프스키 스포츠 센터에서 덴마크와 벌인 2022 세계 여자 청소년 핸드볼선수권(18세 이하) 결승전에서 31대28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가 창설된 2006년 덴마크에 져서 준우승했던 한국은 16년 만에 결승에 올라 덴마크에 설욕하며 첫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한국 성인 여자 대표팀은 1988 서울 올림픽,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2연패를 일구고 1995 세계선수권도 제패했다. 20세 이하 여자 대표팀은 2014 세계선수권 1위를 했다. 18세 이하 여자 대표팀도 언니들의 뒤를 이어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동안 청소년 세계선수권은 유럽의 독무대였다. 역대 대회에서 4강 이상 성적을 거둔 비유럽 국가는 한국뿐이었다. 격년제인 이 대회는 2020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사태로 치러지지 못했다. 2016, 2018 대회를 연거푸 제패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올해 대회 참가가 금지됐다. 하지만 러시아 외에도 유럽엔 강호들이 즐비하다. 32국이 참가한 올해 8강 진출국도 한국을 제외하면 모두 유럽 국가였다.
2016, 2018년 대회에서 3위를 했던 한국 대표팀의 평균 키(168㎝)는 유럽국가들보다 5㎝ 이상 작다. 김진순 대표팀 감독(인천 비즈니스고)은 불리한 신체 조건을 이겨낼 해법을 ‘스피드’에서 찾았다. 출전을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빠른 공·수 전환, 짧고 정확한 패스를 연마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한국은 조별리그(F조)부터 결승까지 유럽팀하고만 싸워 8전 전승을 거뒀다. 스위스, 독일, 슬로바키아(이상 조별리그), 루마니아, 네덜란드(이상 결선리그), 스웨덴(8강전), 헝가리(4강전)을 연파하고 결승에서 덴마크까지 잡았다.
신장 160㎝인 센터백 김민서(18)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공격을 지휘하며 대회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본지와의 통화에선 “처음에 많이 떨리고 불안했는데, 경기를 주도하면서 이기니까 ‘우리 플레이가 되네?’라는 마음이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다.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세계가 빠져든 한국 핸드볼
국제핸드볼연맹은 한국이 준결승에서 헝가리를 물리치자 ‘북마케도니아의 달링(darling·사랑받는 사람): 한국은 팬들을 빠져들게 한다’는 기사를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다. “독일, 크로아티아 등 다른 팀들이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열렬히 응원했다. 특히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했던 노르웨이 팀은 숙소로 향하는 한국 선수들을 버스 앞에서 붙잡고 사진을 찍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결승전 후에는 “소름이 돋는 승부였고, 한국이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2000 시드니 올림픽 대표 선수 출신이며, 일본 리그에서 득점왕 경력을 지닌 김진순 감독은 “응원을 받으니 쑥스러웠다”며 “우리 핸드볼이 큰 키를 앞세우는 유럽과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에는 우리 스타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결국 모두가 끌릴 수밖에 없는 매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영화로 제작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이후 내림세였다. 하지만 차세대 재목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MVP 김민서 외에 이혜원(18), 차서연(18)도 ‘베스트 7′에 선정됐다. 새로운 황금 세대는 2024년에 열릴 20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또 다른 금맥에 도전한다.
기사제공 조선일보
이영빈 기자 be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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