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집채만한 기린이 ‘철퍼덕’ 출산... 사람들이 손뼉치고 환호했다

레이찰스 2022. 8. 11. 09:34

집채만한 기린이 ‘철퍼덕’ 출산... 사람들이 손뼉치고 환호했다

美 밀워키 동물원서 기린출산’현장 생중계’
천적 위협 피해 태어나자마자 바로 걸을 수 있어


2022년 8월 4일 낮 12 20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 기린 우리 앞에 있던 관람객들은 로또복권 못지 않은 행운을 거머쥐었다. 눈앞에서 집채 만한 기린이 새끼를 낳는 장면을 언제 보겠는가. 그건 여기서 살고 있는 기린 부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부라리고 발톱을 세운 사자나 하이에나 떼가 아닌 인간들의 축복과 환호 속에 2세를 출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에서 수컷 기린이 태어났다. 동물원의 출산은 통상 예민해진 어미의 이상 행동을 우려해 내실에서 전담 사육사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다. 일부 동물원에서는 관람객들을 위해 카메라를 달아서 생중계하거나 녹화하기도 한다. 그런데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은 야외출산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는지, 산통이 닥친 어미 기린을 그대로 관람객 동선에 노출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태어난 수컷은 이 어미가 현재 파트너 사이에서 낳은 네번째 새끼라고 한다. 기린 우리 앞에 있던 관람객들은 지붕 높이의 어미 몸에서 새끼가 빠져나와 바닥으로 ‘철퍼덕’ 떨어지는 탄생의 순간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지난 4일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기린이 분만 직후 어미와 입을 맞추며 교감하고 있다.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 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이 터프한 출산의 순간에 마치 농구장에서 승기를 잡는 결정적 덩크슛이나 역전 3점포가 터진 양 환호가 쏟아졌다. 네번째 새끼를 낳은 어미는 침착하게 탯줄과 양수에 덮인 새끼의 몸을 핥아줬고, 새끼는 밖으로 나온지 45분 뒤에 자기 힘으로 일어섰다. 일어나고 비틀대고 다시 일어나고 다시 비틀대고, 새끼 기린의 스텝에 맞춰 관객들 탄식의 데시벨이 포물선을 그리며 요동쳤다. 철퍼덕 떨어지며 태어났던 새끼가 벌떡 일어서자 올림픽 유도 결승전 연장전에서 자국 선수가 한판승을 거둔 듯 또 다시 함성이 쏟아졌다. 일어선 시점으로부터 35분 뒤에 모유 수유가 시작됐다. 기린처럼 사바나에서 살아가는 초식동물의 새끼들은 필연적으로 태어나자마자 자기 힘으로 일어나서 뜀박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천적의 발톱과 이빨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무수히 많은 초식동물의 새끼들이 사자·하이에나·리카온 등의 맹수들에게 희생된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새끼를 돌보고 있는 기린을 사자들이 공격했다. 이들은 끈질기게 공략해 어미를 떼어냈고, 결국 새끼를 사냥해 그 자리에서 먹어치웠다. 지난해 11월 올라온 유튜브 동영상.
/Natasha Prints
Across Africa Youtube 캡처
 

분만중인 어미와 새끼가 모두 목숨을 잃는 참혹한 상황도 벌어진다. 잔혹하지만, 맹수 입장에서는 손쉽게 야들야들한 육질의 고기를 얻을 수 있는데 누가 새끼니까 봐주자고 마다하겠는가. 산란기 암컷과 치어는 잡혀도 방류하는 식의 사고는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에서 태어난 이 기린은 드넓은 사바나 대신 동물원 우리에 갇혀지내지만, 천적의 위협 없이 사람들의 돌봄과 관심 속에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됐다. 근친교배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잉여개체라는 이유만으로 총으로 도살돼 고깃덩이로 썰려 사자우리에 내던져지는 덴마크 동물원을 밀워키 카운티 동물원이 답습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