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마시며 40일 버텼다…컨테이너서 생존한 기적의 개
밀리의 치료를 맡은 수의사 휴고 투릴라찌와 밀리./AFP통신 유튜브
선박 컨테이너에 40일 동안 갇혀있던 개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연이 전해졌다.
1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생후 1년 된 개 ‘밀리’는 지난 1월 파나마에 있는 아틀란티코 항구에 도착한 선박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됐다. 밀리가 어떤 경로로 이 컨테이너에 들어가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컨테이너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안달루시아 항구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건너왔다. 20일 만에 파나마에 도착했지만 20일간 더 계류됐다. 밀리는 40일간 덥고 습한 파나마의 날씨를 어두운 컨테이너 속에서 견뎌야 했다. 다행히도 당시에 비가 많이 내렸고 부식된 컨테이너 틈 사이로 빗물이 새어 들어왔다. 밀리는 이 빗물을 마시며 버틴 것으로 보인다.
구조 당시 밀리의 모습./AFP통신 유튜브
밀리는 발견 직후 수도 파나마 시티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밀리는 당시 몸에 멍이 있었고 탈수 증상을 보였으며 몸무게는 4㎏이었다고 한다. 치료를 받은 밀리는 이제 몸무게 12㎏의 건강한 개가 됐다.
밀리의 치료를 맡은 수의사 휴고 투릴라찌는 “이 작은 동물이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며 “우리는 스페인어로 기적을 뜻하는 단어 밀라그로스(Milagros)를 줄여 밀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밀리가 컨테이너에 들어갔을 당시 건강한 상태였을 것”이라며 “그 안에서 그는 빗물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변을 마셨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AFP통신 유튜브
밀리는 재활훈련을 통해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다. 파나마 농축산개발부(MIDA)는 밀리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탐지견 훈련을 받도록 했다. 현재 밀리는 파나마 시티 국제공항 검역팀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밀리의 주 임무는 입국자가 반입하는 수하물에서 신선식품을 찾아 국외 질병의 유입을 막는 것이다. 밀리는 얼마 전 곡물과 과일 등을 탐지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임무에 더해 최근 밀리는 파나마 지역의 농업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아프리카 달팽이를 탐지하는 훈련도 받고 있다고 한다.
밀리를 지원하는 세실리아 데 에스코바르 MIDA 검역국장은 “누구에게나 삶의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밀리의 목적은 파나마에서 탐지견이 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정채빈 기자 chaeb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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