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태우고 사진 찍고…구경꾼 탓에 결국 안락사된 멸종위기종
지난 7월 노르웨이 오슬로 피요르드의 프로그네르킬렌에서 바다코끼리 '프레야'가 보트 위에 올라타 있다. /AP 연합뉴스
노르웨이 당국은 14일 안전상의 이유로 오슬로 피요르드에 살고 있던 바다코끼리 ‘프레야’를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프레야는 최근 항만 근처의 비어 있는 보트에 올라타 일광욕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젊은 암컷 바다코끼리인 프레야는 지난 7월 중순 오슬로 피요르드 프로그네르킬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체중이 600kg에 달하는 프레야가 올라타면서 보트가 침몰하거나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사고뭉치’ 바다코끼리로 화제가 되자 프레야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려들고, 일부 시민은 아이를 프레야 위에 태우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국은 “프레야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면서 “당신의 생명과 프레야의 생명이 모두 위험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지난 7월 노르웨이 오슬로 피요르드의 프로그네르킬렌에서 바다코끼리 '프레야'가 보트 위로 올라타고 있다. /로이터
노르웨이 수산부는 지난주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바다코끼리 근처에 몰려든 시민의 사진을 공개했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은 프레야가 수영하던 시민을 쫓아가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이 입욕 가능한 구역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프랭크 바크 젠슨 어업국장은 14일 “현장 조사를 통해 대중들이 바다코끼리와 거리를 두라는 권고를 무시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면서 “인간의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 등 전반적인 평가에 근거해서 안락사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르웨이 어업국의 훈련된 직원들이 해양 포유동물 안락사를 위한 규정에 따라 인도적인 방식으로 안락사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노르웨이 오슬로 피요르드의 프로그네르킬렌 항만 근처에 바다코끼리 '프레야'가 드러누워 있다. /AFP 연합뉴스
바다코끼리는 무분별한 밀렵과 기후 위기로 인해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프랭크 바크 젠슨 어업국장은 “노르웨이 해양연구소와 함께 바다코끼리를 피요르드 밖으로 옮기는 대안도 고려해봤지만, 이주 과정에서 동물의 복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동물권도 존중하지만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돼야 했기에 (안락사가) 옳은 결정이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백수진 기자 qortnwl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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