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차 보자 닿기도 전에 넘어진 오토바이…억대 보험사기 장면 보니

비싼차 보자 닿기도 전에 넘어진 오토바이…억대 보험사기 장면 보니

이가영 기자

 

 

서울 용산경찰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고급 차량을 골라 교통사고를 내고 억대 보험금을 가로챈 A(42)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A씨가 차량과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넘어지고 있다. /용산경찰서 제공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고급 차량을 골라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억대 보험금을 가로챈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상 보험사기 등 혐의를 받는 A(42)씨를 체포해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고급 차량을 골라 교통사고를 내고, 사고 피해자인 것처럼 보험사를 속여 치료비나 차량 수리비 명목으로 약 1억4000만원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A씨는 차량이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하자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혼자 쓰러졌다.

오토바이를 탄 A씨가 차량과 부딪힌 후 다소 부자연스럽게 넘어지고 있다. /용산경찰서 제공
다른 영상에서도 A씨는 빠른 속도로 오토바이를 타고 와 앞에서 달리던 차량과 충돌했다. 이후 다소 부자연스럽게 오토바이를 땅 쪽으로 기울이더니 주저앉았다.

A씨는 이렇게 사고를 낸 뒤 상대방 운전자에게 우선 현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보험 처리를 요구하면서도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는 것은 꺼렸다고 한다. 범행 1건당 100만원에서 700만원까지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범행은 지난 2월 한 보험사가 A씨 관련 교통사고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접수하면서 덜미를 잡혔다. 고의사고로 의심되는 사고는 당초 13건이었으나 경찰 수사 결과 41건까지 늘었다. 지역도 서울 서초구에서 충남 당진까지 다양했다.

A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보험사가 의심하는 낌새가 느껴지자 베트남으로 도피했다. 지난달 26일 체류 자금이 떨어지자 입국했다. A씨를 추적하고 있던 경찰은 입국 다음날 서울 동작구 사당동 집에서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보험사기로 챙긴 1억원 넘는 돈을 인터넷 도박과 유흥비로 모두 탕진했다. 과거에도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41건의 고의사고 외에도 운전자에게 직접 현금을 받아낸 사례 등 여죄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상대방의 태도가 의심스럽거나 과다한 합의금을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가영 기자 2ka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