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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백신 맞기전엔 멀쩡"…'인과성 없음'에 좌절한 유족 뭉쳤다

레이찰스 2022. 6. 18. 10:20

[단독]"백신 맞기전엔 멀쩡"…'인과성 없음'에 좌절한 유족 뭉쳤다

중앙일보

https://youtu.be/bXGDWgeteuk

 

“백신 접종 후 숨진 동생 충격에…어머니도 같은날 사망”

지난해 9월 24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유통업에 종사하던 노태호(당시 54세)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한 후 38일 만이었다. 요양원에 있던 노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충격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이날 세상을 떠났다.

숨진 노씨는 지난해 8월 17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어릴 적 태권도와 합기도를 수련했고, 평소 달리기 등으로 건강을 챙겨왔던 터라 후유증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유족들의 말이다. 노씨의 형 노정호(58)씨는 “동생이 접종 2일 차부터 머리가 아프고, 손 떨림이 온다는 말을 했다”며 “타이레놀을 먹은 뒤에도 오한과 구토, 팔 저림과 가슴 통증, 어지러움 등 후유증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4일 태호씨의 사망원인에 대해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없다(4-2)”는 취지의 심의 결과를 통보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와 사망진단서, 유족의 경찰 진술, 지자체 역학조사, 의료기록 등이 근거가 됐다.

노씨는 “동생이 숨지고,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하루아침에 줄초상을 치렀다”며 “국과수에서 밝히지 못한 백신과의 연관성을 일반인이 어떻게 증명할 수가 있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동생은 평소 건강했고, 기저질환도 없었다”며 “생전에 호소한 이상 반응은 백신 접종 이후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에 사망원인도 당연히 백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충북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인 청주시 하나병원 앞에서 추가접종을 하고 병원을 나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만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유족회, 심의회의록 정보공개청구 준비 

코로나19 팬데믹 후 '일상으로의 회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백신을 접종한 뒤 숨진 이들의 가족들이다. 유족들은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사람들이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밝혀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의 심의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효영(33) 코로나백신유족회 회장은 17일 “정부는 백신 이상반응 평가를 누가 했고, 어떤 근거로 판정을 내렸는지 이제는 공개해야 한다”며 “이달 안에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심의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할 예정인데 현재 20여 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코로나백신유족회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숨진 이들의 가족이 모인 단체다. 회원 30여 명 대부분이 질병청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사망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심의 결과를 받았다.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유족회 회원들이 지난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사무실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뒤 아버지와 아들, 동생이 억울하게 사망했다며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서정민 ·안향옥 ·노정호씨. 프리랜서 김성태

“백신 맞기 전 멀쩡했는데” ‘인과성 없음’에 좌절 

이들이 정보공개청구에 나선 이유는 인과성 평가와 관련한 심의·판단 근거를 유족이 제대로 확인할 수 없어서다. 김 회장은 “질병청이 결과를 통보하면 유족은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백신 피해자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심의 결과를 공개해 어떤 근거로 인과성을 평가했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백신유족회 법률 고문을 맡은 김기윤 변호사는 “정부가 인과성을 부정하면서, 부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며 “‘그냥 그렇게 알아라’ 식인데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유족에게 정확한 사유를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코로나가 다소 잠잠해졌어도 국가정책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그냥 덮고 넘어가면 안 된다”며 “정보공개청구는 책임 규명을 위한 첫 단추”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코로나19 백신합동분향소 개소 및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백신 접종 후 사망자 1654명…인과성 인정 ‘6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사망과 인과성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게 코로나백신유족회 등의 주장이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이상반응’ 보고서(66주차)에는 2021년 2월 2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예방접종 이상 반응으로 47만1000여건이 신고됐다.

이상 반응 접수 사례 중 사망자는 1654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백신 접종에 따른 사망 인과성이 인정돼 보상을 받은 사례는 6건 수준이다. 최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은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경우 입증책임도 개별 피해자가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성 평가는 5가지로 나뉜다. 인과성을 인정할 경우(1~3번) 본인 부담 진료비와 간병비를 지원하고, 사망자는 최대 4억6000여만 원의 일시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례는 보상에 차이가 있다.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4-1) 3000만 원 한도 내 의료비, 사망자는 위로금 5000만 원을 지원한다. 백신보다 기저질환 등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사례(4-2)와 다른 명백한 원인이 밝혀진 경우 등(5)은 보상 대상이 아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월 1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마련된 코로나 백신접종 사망자 분향소에서 관계자로부터 서한문을 전달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상반응 신고했는데 사망 후 부검도 안해”  

지난 10일 청주에서 만난 코로나백신유족회 회원들도 정부의 심의 과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평소 멀쩡했던 가족이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을 보였음에도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지난해 11월 숨진 서병한(사망 당시 77세)씨 유족은 “종이 몇장으로 인과성이 없다는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주에 살던 서씨는 지난해 5월 31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 5개월여 만에 숨졌다. 그는 백신 접종 이튿날부터 가슴통증과 가려움증, 무기력증 등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증상이 악화해 6월 3일 이후 응급실에 3번 넘게 찾았다. 8월엔 충주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뒤 길랭-바레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길랭-바레 증후군이란 말초신경이 마비돼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하는 희귀병이다.

서씨의 아들 정민(41)씨는 “입원 3일째부터 아버지가 어리숙한 말투로 ‘몸이 이상하다’는 말을 하시곤 하루 사이에 몸도 가눌 수 없는 중환자가 되어 버렸다”며 “서울 보훈병원으로 전원하시고 호수를 삽입해 영양분을 섭취할 정도로 쇠약해져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서씨는 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8일 만인 지난해 11월 18일 폐렴에 의한 폐혈성 쇼크로 세상을 떠났다.

질병청은 지난해 12월 21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4-2)”고 통보했다. 정민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상반응 신고를 할 때 입증 자료 등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이 일단 신고를 하라고만 하더라”며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서 외에 종합병원과 보훈병원 치료기록 등을 최초 신고 당시 첨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는 부검도 하지 않았다. 사인이 소명이 안 된 상태서 진행된 심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안향옥씨가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조속한 백신 인과성 검증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백신 피해 유족 “특별법 제정, 심의내용 공개해야” 

얀센 백신을 맞고 정신착란 증상을 보이다 지난해 7월 숨진 20대 청년의 가족은 인과성 인정 여부를 놓고 정부와 10개월 넘게 싸우고 있다. 안향옥(56)씨는 “평소에 건강했던 아들이 얀센 백신을 접종한 뒤 후유증을 겪고, 심신미약 상태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며 “백신 때문에 아들을 잃었는데 인과성이 없다는 답변을 세 차례나 받아 다시 이의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안씨의 아들(사망 당시 29세)은 지난해 6월 14일 얀센 백신을 접종받고 정신착란, 호흡곤란, 발열, 실신 등 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7월 6일 ‘상세 불명의 뇌염·척수염. 얀센 백신 접종 이후 보이는 인지 변화로, 원인 감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상급병원으로 가기 직전 주차장 3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안씨는 “윤석열 대통령은 백신 부작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며 “코로나19 백신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나 심의내용 공개 등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