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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잡아야 세계시장도 잡는다"..미래車 승부수 띄운 현대차

레이찰스 2022. 5. 22. 18:59

"美 잡아야 세계시장도 잡는다"..미래車 승부수 띄운 현대차

이새하,원호섭

현대차, 美 105억불 투자
美 2030년까지 친환경차 50%
현대차 "美서 84만대 팔겠다"
로보틱스·UAM 등 신기술
美 테크기업과 협업도 강화
美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
50억달러 투자 2025년 가동
바이아메리칸 정책 적극 활용

◆ 진화하는 한미동맹 ◆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번 투자는 전기차 전환과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서 미국시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테슬라에서 촉발된 미국 내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구글·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까지 참전하며 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도심항공교통(UAM)과 로보틱스(로봇+과학기술) 등에도 50억달러를 투자한다. 이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전기차 주도권을 두고 전 세계 완성차 업체의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전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물론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이 전기차 개발에 한창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EV어답션은 미국 내 친환경차 시장이 올해 85만대에서 2030년 472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전기차 53만대를, 기아는 31만2000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황이다.

 

전동화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 의지도 강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완성차 판매량의 50%를 친환경차로 바꾼다는 정책을 내놨다. 이미 미국 완성차 업체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3사는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도 22일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시장에서 성공해야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는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영향도 크다. 바이 아메리칸 조항의 핵심은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라'는 것이다. 오는 10월 25일부터는 완성차의 경우 부품의 60% 이상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된다. 이 기준은 2024년 65%, 2029년 75%로 높아진다. 미국산 제품으로 인정받아야 관세나 정부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완성차 부품의 75%를 현지에서 생산해야 무관세 혜택이 주어지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도 2025년 7월 시작된다.

이번 투자 대상에는 UAM과 로보틱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도 포함됐다. 특히 UAM과 로보틱스는 정 회장이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다. 정 회장은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 당시부터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UAM, 20%는 로보틱스"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UAM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 세계 UAM 개발기업 343개 중 130개(38%)가 미국에 몰려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0년부터 미국에 UAM 사업 법인을 세웠고, 지난해 '슈퍼널'이란 이름을 붙였다. 슈퍼널은 2028년 도심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전동화 UAM을 내놓는 걸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선보이고, 2030년대에는 인근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항공 모빌리티 기체를 선보일 계획이다. 김 교수는 "UAM이나 자율주행 분야 등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비 3년 정도 뒤져 있다"며 "한국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 시험하기 까다롭지만 미국은 자유롭게 시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규제'(법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인 미국에선 우리나라보다 신기술을 시험하는 데 장벽이 낮다.

 

로보틱스도 정 회장이 애착을 갖고 힘주는 분야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현대차그룹은 차가 아닌 로보틱스를 주제로 삼았다. 완성차 업체 무대에서 로봇이 주제가 되는 건 이례적이었다. 정 회장은 당시 "매일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휴대폰처럼 사람들이 스팟(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을 데리고 다니게 될 것"이라며 "로보틱스는 앞으로 많이 보급될 것이고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기술 투자도 이뤄진다. 자율주행과 AI 기술 등은 미국과 우리나라 간 기술 격차가 크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는 상당하다"며 "기술 개발을 먼저 하고 한국으로 기술을 들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 분야 인재도 한국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사 '모셔널'을 설립했다. 지난 17일 모셔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아이오닉5를 이용해 우버이츠 고객을 위한 레벨4 수준 자율주행 배송을 시작했다.

일각에선 미국 내 전기차 공장 신설로 국내 부품업계 등 자동차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도 같이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는 어디서 하고, 어디는 안 하고 그런 시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를 확대하면 국내 부품업체 수출과 완성차 생산 등이 늘어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해외 투자를 하면 국내에서도 고용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찾으면 한국에서도 같이 찾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새하 기자 /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