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엄지척'…"공짜 점심은 없어" 삼성이 받은 숙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생산시설을 시찰하던 중 양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공짜 점심은 없죠. 웃는 얼굴 뒤엔 계산서가 뒤따르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 일정에서 경제·산업 분야로 확대된 한미동맹과 한미 양국의 밀착에 따른 중국의 반발을 두고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22일 이렇게 말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파격적인 현장 시찰로 한미중 3국 경제·외교무대의 한복판에 재소환된 삼성전자가 예상밖의 기회와 함께 짊어진 숙제가 적잖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사업장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최신 3나노미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생산라인을 둘러보면서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모습이 불러올 나비효과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부터가 부담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치열한 차세대 선두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치 이벤트'로 기대할 수 있는 기술력 홍보 효과가 적잖지만 실제로 파운드리 고객사에 어느 만큼 설득력 있게 전달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삼성전자의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힘을 보태는 것이 자칫 중국 고립 전략에 동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중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중국이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은 이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처체계) 사태 당시 깨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드 사태 직후 2017년 3월부터 1년 동안 국내 기업이 입은 직·간접 피해를 8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시장 관계자는 "중국은 일단 칼을 빼 들면 미국보다 더 지저분한 게임을 할 수 있는 나라"라며 "직접 미국에 칼날을 들이대기보다는 틈바구니에 낀 국내 기업을 더 날카롭게 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추가 요구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방한 이후 삼성전자의 텍사스 파운드리 신규 생산라인 투자와 맞물려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 구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 한미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촉각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문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눈치보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좀더 주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한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을 높여줄 루트가 되는 것을 차단하고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며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가 미국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몸값을 높일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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