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프리’ 신ㆍ구 권력 신경전…인수위 “취임 이후 5월에” 제동
중앙일보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제17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주 전부터 운을 떼 온 '실외 마스크 프리'가 내달 말로 미뤄지게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상황을 더 본 뒤 결정하자며 제동을 걸면서다.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27일 ‘코로나19 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관심사인 마스크 해제와 관련해 “5월 하순 정도에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 한다”며 “선진국에서 실외 마스크를 해제한 수준 정도로 (감염자 수가) 내려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외 마스크를 벗되 건물에 출입할 때는 반드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과 같은 판단을 할 것”이라며 “새 정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서 정확하게 기준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진 (인수위가) 권고하는 대로 현 정부에서 협조를 잘해줬다”며 “20여일 후에 판단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고 정부에서 어떻게 판단, 발표할 건지 지켜볼 문제”라고도 했다. 사실상 인수위 권고를 받아들여 정책 결정을 보류하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 2주 후 실외 마스크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상징성이 큰 마스크까지 한꺼번에 풀 경우 방역 긴장감이 지나치게 떨어질 걸 우려한 판단이었다. 실외에서의 전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단 점을 정부가 꾸준히 밝혀와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로 실외 마스크 의무는 해제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날 인수위 발표로 정부가 또 다시 현행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수위 발표에 대해 “인수위에서 단순히 전파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뿐 아니라 국민 행동 양태 변화나 이로 인한 사회적 메시지에 혼선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방역적으로 위험이 있어 꼭 연기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해제로 갈지, 인수위 의견도 있으니 연기하자고 할지 목요일 부처 회의까지 해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보건의료분과 종합대책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실외에서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외 마스크 해제는 정점 지나고 나서 이미 했어도 되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생색내려고 해제해야 할 시점을 의도적으로 늦추면서 정치 방역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 마스크보다 효과적이고 중요한 조치를 다 풀어버렸는데 비과학적인 결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비상대응특별위원회 내부에서조차 “인수위가 방역 완화에 주도적으로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눈치를 봤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론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체 인구의 6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2000만명이 미감염 상태로 남았고 고위험군이 상당하다”며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으니 5월 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정치 방역과 비과학적 방역 조치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시행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이나 국민 여론에 의해 결정하다 보니 잘못된, 많은 사람의 생명 위협 가져오는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에선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1만명 항체 양성률 조사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업종이 아닌 3밀(밀접·밀폐·밀집) 기준으로 한 거리두기 등이 대표적이다.
안 위원장은 업종 전체를 집합금지 명령 내리는 식의 거리두기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취임 100일 안에 상황별(일할 때, 식사할 때, 이동할 때 등), 대상별(고위험군, 일반국민, 방역관리자 등) 구체적 행동 요령을 담은 생활방역대응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을 실태 조사 해 환기 설비 기준을 마련하고 국가가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핵심 추진 과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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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로드맵에는 백신 이상 반응 치료비(5000만원)와 사망위로금(1억원) 한도 상향,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운영 방안 마련, 롱코비드(코로나 후유증) 지원 대책 마련 등도 담겼다. 코로나 환자가 언제든 입원할 수 있는 병상 7700개를 확충하고 고령자는 패스트트랙을 만들어 확진되면 당일 팍스로비드(경구 치료제)를 처방해 사망을 줄이겠다고 했다.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피해 보상을 120일 이내 하고, 돌연사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팍스로비드 100만 명분을 추가로 들여오고, 이를 12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처방해 중환자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엄중식 교수는 그러나 “대책을 발표할 때 쫓아가는 게 인력과 예산인데 어떻게 확보할지가 없다”라며 백신 피해 보상 관련해서도 “피해 보상과 인과성을 묶으면 절대 빨라질 수 없다”며 “접종 후 어떤 이벤트(사건)가 발생한 사실만으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이상반응 보상·책임 확대, 먹는 치료제 물량 확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작 지금의 정책과 뚜렷한 차이가 안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수준이고, 상당수 추상적인 얘기라는 것이다. 김윤 교수는 “의료대응체계나 요양원과 요양병원 대책, 돌봄공백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게 없이 기존 시스템을 반복하는 얘기”라고 했다. 감염병 전문인력 양성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 계획 등의 과제는 100일 안에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놓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있다.
황수연·이우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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