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역사령탑부터 논란… 尹정부도 정치방역 늪에 빠지나
복지부장관에 정호영 지명
의료계 걱정하는 진짜 이유
“올해 가을, 겨울은 어떻게 잘 넘길지 벌써 걱정이 드네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커지면서 의료계와 전문가들 사이 코로나 방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던 정치 방역과 인맥 방역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재현될까 걱정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러스트=유현호
지난 18일 정부가 사실상 거리 두기 관련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면서 국민 사이에선 “코로나 위기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정치 방역이 현실의 위험을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금도 연일 수만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하루에 수백 명이 코로나로 사망하고 있다”며 “봄철 나들이객이 늘고 여름휴가철을 거쳐 올해 가을·겨울에도 언제든 코로나 유행이 크게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도 코로나 환자가 적지 않은 데다 코로나가 이미 토착화된 만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도 언제든 유행이 확산하고 병상이 포화되는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오는 25일 이후 차기 정부의 코로나 방역 청사진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차기 정부의 방역 청사진에는 지금껏 방치된 백신 접종 부작용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규명 및 보상, 코로나 치료제 추가 확보, 환기 시설 마련을 위한 정부 지원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방역 체계 전반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며 “청사진을 잘 만들어도 과학과 여론을 절충하며 방역을 잘 운영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새 방역 사령탑에게 필요한 능력과 자질
새 정부의 방역 방향에 의심의 눈길이 쏠린 첫 번째 계기는 정호영 후보 인선이다. 자녀의 의대 편입 특혜 의혹과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등으로 여론이 나빠지기 전부터 이미 의료계에선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이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것을 두고 “뜬금없고 황당한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후보 지명 전 의료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아야 할 급선무가 코로나 방역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일인 만큼, 최소한 코로나와 방역에 전문성이 있는 인사가 장관이 되는 게 합리적”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윤 당선인이 책임장관제를 공언한 만큼 장관의 자질과 전문성을 더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다 정호영 후보자가 지명되자 의료계에서는 “결국 친분과 인맥이냐”는 낙담이 흘러나왔다. 정 후보자는 외과 전문가이자 위암 치료에서 권위가 높지만, 방역과 관련된 역학 및 공중 보건이나 호흡기·감염내과, 예방의학 등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와 관련해선 2020년 경북대병원장으로 대구·경북 코로나 1차 유행에 대처한 경험이 거의 전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차기 장관 앞에는 혼란스러운 코로나 치료·검사 체계와 병상 배정 체계를 재정비하고 특정 계층에 희생을 강요했던 거리 두기 방식에 대한 조정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굵직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최소한 공중 보건이나 감염병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지명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 후보자에게 제기된 갖가지 의혹으로 악화된 여론을 넘어서려면 최소한 정 후보자가 반드시 1기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어야 하는 뚜렷한 강점이나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으니 여론을 뒤집기 더 어려운 것”이라며, “장관 임명 후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고 대응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면 결국 ‘인맥 방역’ ‘정치 방역’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의사 출신 安 위원장에 대한 실망
의료계에서는 “이미 인수위 단계부터 불안한 징조들이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줄곧 문재인 정부의 정치 방역과 비과학적 방역 조치들을 비판했지만, 당장 인수위부터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종료를 앞두고 방역을 해제하고 있는데, 인수위가 이에 대해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바로바로 문제를 제기해 제동을 걸고 확실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코로나 치료 체계가 무너진 문재인 정부 방역의 실패를 면밀히 평가하고 어떻게 새로운 치료 체계를 가져갈지 판을 짜야 하는데 그런 논의는 없고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만 집중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백신 정책과 민관 거버넌스를 어떻게 해나갈지도 시급한 과제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백신 접종률도 떨어지고 있어 향후 고위험군과 고령층에서 중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도 대책이 급하다”고 말했다. 마상혁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고질적인 문제는 민간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정부 주도하에 친정부 전문가 극소수만 동원해 현실과 동떨어진 방역을 한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풀려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공공과 민간, 정부와 실제 의료 현장이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까지 인수위의 행보를 보면 기존 정부와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가령 지난 13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여러 전문가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외에선 밀착된 거리에서 장시간 대화를 하지 않는 이상 코로나 감염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게 이미 정설이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마스크를 벗게 되면 많은 사람이 이제는 정상 생활로 돌아온다고 잘못 인식하게 돼서 감염 확산 우려가 더 크다”는 기존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야외 마스크 같은 비과학적 수칙들이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에서 남발돼 곳곳에 퍼져있다”며 “이런 부분을 빨리 파악해서 ‘과감하게 풀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위기 국면에서 국민들이 협조해줄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를 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인수위 출범 단계에서 안철수 위원장 측이 의료 분야 대부분을 맡은 것도 논란이 됐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정치적으로 안철수 측에 의료·방역 분야를 배정하다 보니 국힘에서 자문한 전문가들이 대선 이후 대부분 배제됐다”는 말이 돌았다. 결국 인수위 내에서도 논란이 일자 배제됐던 전문가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미 실효성이 없어진 동선 추적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사 출신이라 기대했는데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보건부 독립, 방역 개편도 흐지부지?
국민의힘이 대선 때 유력하게 검토한 보건부 독립·신설 논의도 주춤하고 있다. 그간 전문가들은 “보건부를 독립시키고 이전에 행안부와 지자체가 관할하던 보건소를 보건부가 맡아야 감염병 위기와 갖가지 의료 현안에 전문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인수위가 꾸려진 이후로는 “향후 정부 조직을 개편하면 부처 수를 줄여야 하는데 보건부를 신설하는 게 맞느냐”는 정치 논리가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인수위의 코로나 위기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방역 조치를 사실상 전면 해제하자 인수위 내에서는 “이제 거리 두기는 (정치적으로) 아예 할 수 없게 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재차 방역 위기가 와도 사실상 거리 두기는 다시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거리 두기 방식의 문제를 파악해서 개선을 모색해야지 거리 두기의 필요성 자체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새로운 거리 두기 방식과 그에 맞게 중환자 병상 확보 및 병상 배정·치료 체계를 재정비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지금처럼 준비와 대응이 느리면 확진자가 폭증한 뒤 병상이 부족하거나 환자들이 제대로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기존의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준용 기자 junsa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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