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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코로나 재감염

레이찰스 2022. 4. 14. 09:22

[만물상] 코로나 재감염

3월 25일 오전 광주 북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소에서 보건소 의료진이 자가진단키트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안 “코로나 완치자는 수퍼 면역자”라는 말이 있었다.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 이중으로 항체가 형성됐으니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이 아주 낮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하이브리드 면역자’라고도 불렀다. 주로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을 위로할 때 쓰였다. “이제 가족이나 동료가 걸려도 격리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농담처럼 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맞지 않는 말들이다. 백신 접종 후 코로나에 한 번 걸렸다고 재감염을 완벽하게 예방하진 못한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났다.

▶국내에서 코로나에 두 차례 이상 걸린 ‘재감염자’가 확진자 1000명 중 약 3명(0.284%)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당국이 지난 3월 19일까지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2만6239명이 재감염 추정 사례였다. 이 중 3회 감염자도 37명이나 있었다. 3회 감염자 절반가량인 18명이 0~17세라는 점도 특이했다. 재감염 기준은 최초 확진일 이후 45일이 지난 다음 또 걸린 경우다.


▶재감염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변이의 등장이다. 새로운 변이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가 많이 바뀌기 때문에 한 번 걸려 항체가 생겨도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방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알파 변이에 이어 델타 변이에 걸리거나 델타 변이에 걸린 후 오미크론 변이에 걸리는 식이다. 다른 하나는 백신 접종은 물론 자연 감염의 효과도 점차 감소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2차, 3차 접종 후 3~4개월 지나면 감염 예방 효과가 50%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의 감염 예방 효과도 4~6개월 지속하는 데 그친다는 것이 그동안 연구 결과다.

▶우리나라는 아직 외국에 비해 재감염 비율이 낮은 편이다. 프랑스는 3%, 영국은 10% 정도의 재감염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조사 시점까지 1차 감염자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중순 이후 오미크론이 대유행하면서 1차 감염자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앞으로 3%가량까지 재감염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보건 당국의 전망이다.

▶코로나에 걸렸다 나아서 한숨 돌렸는데 또 걸린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다. 증상은 1차 감염이나 재감염이나 비슷하다고 한다. 또 재감염 중증화율(0.10%)과 사망률(0.06%)은 전체 확진자의 중증화율(0.27%), 치명률(0.12%)에 비해 낮은 편이었지만, 결코 만만한 수준도 아니었다. 코로나 완치자든 아니든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백신을 제때에 맞는 수밖에 없다.

김민철 논설위원 mc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