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야외 노마스크 기대감
오는 4일부터 2주간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은 8명에서 10명으로 확대되고,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에서 자정까지로 늘어난다. 정부는 2주간 코로나19 유행이 확연히 감소세로 전환하고, 위중증 환자와 의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실내 마스크 착용' 등 핵심 수칙을 제외한 모든 조치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당국이 지난 1일 새로운 거리 두기 개편안 등을 발표할 때 가장 솔깃한 것은 야외 노마스크 가능성이었다. “(4일부터) 2주간 유행이 확연히 감소하고 위중증 환자와 의료 체계가 안정적이면, 실내 마스크 착용 등을 제외한 모든 조치 해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건을 충족하면 이르면 18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국내 화장품 관련 기업들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으면 우선 화장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마스크를 쓴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색조 화장품 관련 기업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지금도 규정상으로는 실외에서 타인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지침이 없고 2년여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져 대부분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쓰고 있다.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 어색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홈쇼핑 채널에서 색깔도 다양한 여성용 마스크를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스크가 방역 수단을 넘어 패션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면 붐비지 않는 야외에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는 논란이 많았다. 미 보건 당국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야외에서 코로나 감염 위험은 실내에 비해 20분의 1에 불과했다. 등산로 등 탁 트인 야외에서는 오히려 마스크를 벗고 활동하는 것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좋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7월 잠시 백신을 1회라도 맞으면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증도가 높은 델타 변이가 유행하자 곧바로 조치를 철회했고,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면서 과학적인 효과와 무관하게 논란 자체가 쏙 들어갔다.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을 지난 미국·영국 등 다수의 국가에서는 이미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싱가포르도 최근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중단했다.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나라는 일본·대만 등 동북아 국가 정도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잘 쓰다가 실내 식당·카페 등에 들어가면 오히려 마스크를 벗는 것은 모순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2주 후부터 야외에서나마 마스크를 벗으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일 것 같다. 물론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김민철 논설위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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