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늘어나는 한라산 꽃사슴… 어디서 왔나 했더니
한라산국립공원 주변에 서식하는 꽃사슴./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 일대에 서식하는 사슴들은 대만과 일본, 중국에서 유입된 종으로 확인됐다.
25일 제주도세계유산본부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라산연구부 소속 오장근 박사가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 주변에서 서식하는 사슴류 21마리의 조직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꽃사슴 9마리와 붉은사슴 12마리로 파악됐다.
꽃사슴 9마리중 5마리는 일본 큐슈 야쿠시마 지역에 서식하는 꽃사슴의 유전자 서열인 것으로 확인했고 나머지 4마리는 대만에서 유입된 대만꽃사슴 개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붉은사슴은 중국 쓰촨성 서부·티베트 남동부에 분포하는 붉은사슴과 가장 가까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오 박사는 추정했다.
오 박사는 “최근 한라산 내 사슴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슴 개체수가 늘어나면 노루 등 제주 고유동물과 먹이·서식지 경쟁을 벌이게 되고 질병 매개체로도 작용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균 몸무게가 20kg가량인 노루는 덩치에서 100kg에 육박하는 사슴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만꽃사슴은 속리산국립공원에서도 번식하면서 산양·노루 등의 서식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박사는 “속리산에 방사된 꽃사슴도 자연적인 번식·적응을 통해 개체군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 골칫덩이가 되면서 포획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제주는 고립된 도서지역이라 사슴 개체군이 증가할 경우 생태계 교란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래 제주에는 사슴 고유종이 살았다. 조선 시대에는 대표적인 진상품이었다. 그러다 1915~16년 당시 제주에 살던 일본인이 잡은 사슴을 마지막으로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라산 꽃사슴은 1990년대 사슴 사육농장에서 탈출하거나 방사돼 번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재용 기자 island195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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