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리 속 뱀의 처절한 몸부림…끝내 못 빠져나왔다
사진가, 텍사스 주립공원서 생생한 사냥장면 포착
”평생 한 번 찍을까말까 한 장면”
벌린 새의 부리 사이에서 길다란 무언가가 쭉 튀어나올 기세다. 언뜻 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혀치고는 유달리 길고 퉁퉁하다. 유독 검붉은 무늬를 한 그 길다란 것의 끝에 선명하게 보인다. 눈과 코와 입이. 혓바닥인줄 알았던 길다란 그 무엇은 새의 입에서 빠져나오려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뱀이었다.
그 작은 눈이 이글거리는 감정으로 처연하게 빛난다. “이렇게 사생(蛇生)을 마감하고 싶지 않다”는 절망의 감정이다. 이처럼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싸움의 최후의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 브레이조스 밴드 주립공원에서 아침 하이킹을 하던 사진가 엘리스 키친스는 잊지 못할 ‘인생샷’을 찍었다. 이곳에 서식하는 물새인 미국알락해오라기가 아침식사거리로 붉은진흙뱀을 사냥해 삼키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셔터를 누른 뒤 나온 장면은 상상 이상이었다.
먹으려는 자의 탐욕과 먹히지 않으려는 자의 절규가 한 컷 안에 그대로 나타나있었던 것이다. 해오라기는 친척뻘인 백로·왜가리와 함께 작은 물고기나 파충류·양서류 등을 잡은 뒤 찢지 않고 통째로 삼킨다. 이 때문에 먹잇감들은 산채로 버둥거리며 최후의 저항을 하다가 삼켜진다. 이 뱀의 처지도 마찬가지였다. 해오라기는 부리 끝에 매달려 온몸으로 저항하는 뱀이 지치기를 기다린 뒤 마치 국수를 후루룩 넘기듯 꼬리끝부터 삼키기 시작했고, 뱀은 부리를 벌린 틈을 다서 빠져나오기 위해 최후의 몸부림을 쳤다. 그 순간이 마치 새가 혓바닥을 쑥 내민 것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뱀은 두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지만, 안타깝게도 굳게 닫혀버린 부리 밖으로 다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브레이조스 밴드 주립공원은 숲이 우거지고 늪지대 등 습지가 곳곳에 있어 물고기와 양서류, 파충류, 그리고 이들을 사냥하는 물새들의 안식처다. 공원 측은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뱀은 먹히지 않기 위해 진정코 훌륭하게 싸웠지만, 이번 판은 알락해오라기가 승리했다”고 썼다. 그러나 지금쯤이면 이미 해오라기의 뱃속에서 소화가 끝나 새똥으로 배설됐을 이 뱀에게 안타깝게도 ‘다음 판’은 없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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