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항체 보유” 확진자들이 어깨 펴는 세상
[NOW] 격리해제 파티 열고 모임·여행도 활발
격리 끝난 친구에 두부 사 들고 가서 음식 시켜 먹으며 축하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입국자들에게 사전입력시스템(Q-CODE)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질병관리청은 입국 시 제출해야 하는 검역 정보를 미리 입력하는 사전입력시스템을 이날부터 인천공항 모든 노선에 적용한다. 입국자는 입국 전 검역 정보 사전입력시스템 인터넷(cov19ent.kdca.go.kr)에 접속해 본인 개인정보, PCR(유전자증폭) 검사 음성확인서, 예방접종증명서, 건강상태 질문서 등을 넣고 증명서를 첨부할 수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27)씨는 이달 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 3명과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씨를 비롯해 3명 모두 확진됐다 최근 격리가 끝났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행을 가고 싶어도 주변에 피해를 줄까, 내가 감염될까 엄두가 안 났는데 이제 일행 모두 ‘수퍼 항체’가 생겼으니 마음껏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22일 전국에서 코로나에 한 번이라도 확진된 적이 있는 사람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코로나에 걸렸다는 걸 적극적으로 앞세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와 달리 방역 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추적·공개하지도 않는 데다 확진자가 수십만 명 쏟아지는 와중에 방역 수칙이 완화되고 있어서다. 이들은 감염 후 격리만 풀리면 종전보다 자유롭게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정부가 이날(21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을 8인까지 늘리는 등 거리 두기를 한층 더 완화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단체 모임을 갖자는 얘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울산에 사는 직장인 장모(40)씨는 이달 말 고교 동창들과 ‘확진자 모임’을 하기로 했다. 자주 만나는 친구 7명 중 6명이 최근 확진됐으니 한번 모여보자는 것이다. 장씨는 “확진된 다음에야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대면 만남이 필수인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등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이 컸던 이들 사이에서도 코로나에 확진되고 나니 “후련하고 좋다”는 반응이 많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경찰 공무원 준비생 장모(26)씨는 한동안 일일 확진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서자 학원 수업을 취소할까 고민했는데 최근 본인이 확진되고 나서 걱정이 사라졌다. 장씨는 “대면 수업은 한 교실에서 40~50명씩 수업을 들어 불안하고, 온라인 수업은 공부가 제대로 안 될 거 같아 고민이 많았는데, 정작 한번 걸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가정 방문 과외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27)씨는 “혹시나 내가 학생들에게 옮겨 수험 생활에 지장을 줄까 봐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마스크 벗고 수업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박모(26)씨는 지난 주 재택 치료를 마친 친구를 위해 ‘확진 파티’를 열기도 했다. 7일 동안 집에서 고생한 친구를 위해 이미 완치 판정을 받은 친구 3명이 격리 해제 기념으로 두부를 사 들고 가 함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등 축하를 해준 것이다. 박씨는 “친구가 집에 7일 동안 갇혀서 고생한 걸 위로하면서, 이제 코로나 걱정 없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 걸 축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완치자라고 해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격리에서 풀린 뒤 사흘은 남은 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어 반드시 고위험군 등 다른 사람과 접촉을 삼가야 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최근 자가 격리 기간을 2주에서 1주로 줄이면서 사람들이 그 기간만 지나면 바이러스가 전파력을 잃는다고 착각하게 됐다”며 “재감염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는 만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제우 기자 zeus@chosun.com한예나 기자 naye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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