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코로나 정점 미스터리
감염병 유행 곡선에서는 확진자 수가 최고치에 달하는 정점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급격히 상승했다 하강하는 형태와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형태가 있다. 각각 에베레스트형과 한라산형이라 부를 수 있다(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방역의 기본은 이 유행 곡선을 완만한 한라산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 코로나 유행 곡선은 너무 가팔라서 에베레스트형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첨탑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듯하다. 방역 당국의 대응에 뭔가 심각한 잘못이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지만, 이 피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걸려야 잦아들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대부분 국민이 한 번씩 걸려야 끝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오미크론 정점이 나타난 나라 중에서 미국의 경우 누적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25%, 영국은 30%에 이르렀을 때 정점을 형성했다. 18일 현재 우리나라 누적 확진자 수는 865만명으로 인구 대비 16.6% 정도다. 미·영 사례를 대입하면 앞으로 인구의 10% 안팎이 더 걸려야 겨우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요즘처럼 하루 40만명 확진자가 나올 경우 10일에서 2주 정도 걸리는 수치다.
▶정부의 정점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지난 1월 하루 확진자 8000명대였을 때 김부겸 총리가 3만명으로 예측한 것이 곧바로 틀린 것을 시작으로 몇 번이나 예측하고 틀렸는지 세기 힘들 정도다. 최근엔 “금주나 늦어도 다음 주 초반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가 17일 “확산세가 예상보다 높은 상황으로, 정점 구간이 다소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을 바꾸었다. 방역 전문가들은 정점 예측이 힘든 이유 중 하나로 정부가 방역을 계속 완화하는 것을 들었다. 상수여야 할 방역 조건이 계속 변하니 예측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18일 방역 조치를 또 완화했다. 사적 모임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2명 늘린 것이다. 최소한 정점을 확인한 후 방역을 완화해도 늦지 않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 이 조치가 또 정점 높이와 시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확진자 정점이 지나면 더 무서운 후폭풍,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정점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고집이 맞기만을, 큰 피해 없이 이 위기가 끝나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민철 논설위원 mc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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