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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기축통화국 된다? 원화 국제결제 순위 20위도 못들어

레이찰스 2022. 2. 23. 06:40

곧 기축통화국 된다? 원화 국제결제 순위 20위도 못들어

[대선 D-14] 갈수록 확산되는 기축통화국 논쟁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국가의 60% 이상이 미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TV 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해 기축통화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 후보는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예정이므로 국채 발행으로 더 많은 나랏빚을 내도 무방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원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화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축통화에 대해 ‘여러 국가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국제 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라고 정의한다. 통상적으로 나라 간 무역 결제에 쓰이고, 환율을 평가할 때 지표가 되며, 비상시에 대비해 쌓아두는 화폐를 말한다.

기축통화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합의는 없다. 다만 국제적으로 달러(미국)만 인정하거나, 달러와 유로화(유럽연합) 두 가지만 기축통화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일부가 엔(일본)과 파운드(영국)까지 포함시켜 4가지를 기축통화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보다 범위를 확장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도 화폐 가치나 국가 신인도가 흔들리지 않는 명실상부한 기축통화는 달러뿐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국제 결제 시 사용하는 통화 비율은 달러(39.92%)가 1위, 유로(36.56%)가 2위다. 파운드(6.3%)가 3위지만 달러·유로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있다. 뒤를 이어 위안(3.2%), 엔(2.79%)이 4~5위다. 그다음으로 1% 이상 사용되는 통화는 6위 캐나다달러(1.6%), 7위 호주달러(1.25%), 8위 홍콩달러(1.13%)까지가 전부다. 20위까지 나와 있는 SWIFT 순위에서 원화는 없다.

기축통화라면 각 나라가 비상시를 대비해 축적하고 있는 화폐여야 한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외국에서 원화를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을 화폐별로 분류했더니 달러 비율이 59.1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유로(20.48%), 엔(5.83%), 파운드(4.78%), 위안(2.66%), 캐나다달러(2.19%), 호주달러(1.81%) 순이었다. 나머지 모든 화폐를 합쳐 2.91%였다.

이 후보가 기축통화를 제대로 모르고 발언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채이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정시장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기축통화’ 단어 하나로 말꼬리를 붙잡으며 논쟁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이 후보의 발언은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좋고 국가 채무에 아직 여력이 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이 후보 측의 최배근 건국대 교수도 “(이 후보의) 기축통화 이야기는 ‘이런 논의도 있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 보도자료를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22일 민주당 주장을 반박하는 설명 자료를 냈다. 전경련은 “지난 13일 원화가 IMF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될 자격이 충분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경제위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원화의 SDR 편입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필요한 만큼 외화를 뽑아 쓸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축통화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없어서 SDR에 포함된 5가지 화폐(달러·유로·파운드·엔·위안)를 기축통화라고 했을 뿐”이라며 “이 후보의 주장처럼 국가 부채를 무한정 찍어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기축통화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썼다”고 말했다.

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김태준 기자 taejun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