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둘렀을까,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청년희망적금
[백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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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 인원이 희망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논란을 빚고 있는 청년희망적금과 관련,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22일 한 방송에 출연해 “가입자가 150만명 정도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38만명쯤 가입할 것이라던 당초 정부 전망을 수정한 것입니다. 어쩌다 이런 엉터리 전망이 나온 걸까요.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월 250만원 미만인 ‘20대’ 일자리는 217만개를 넘었는데 말이죠.
일단 출발부터 잘못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2015년에 시행한 재형저축에 가입한 청년 비율을 기초로 가입 인원을 추산했다고 합니다. 비과세 혜택 등 구조가 비슷하다는 이유죠. 그런데 당시 재형저축은 ‘찬밥 신세’였습니다. 재형저축은 금리가 최고 연 4.6%였는데 이보다 금리를 더 주는 시중은행 예·적금이 많았고, 7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등 조건도 까다로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즘 은행권 적금 최고 금리는 5~6%로 청년희망적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과거에 비해 청년 저축 지원 상품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없을 것으로 봤다고 합니다. 물론 청년저축계좌나 장병내일적금 등 비슷한 정부 지원 사업이 있지만 가입 요건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다른 정부 지원 상품과는 중복 가입이 안 된다거나 가구 소득(중위 100% 이하)을 따지기도 합니다. 반면 청년적금은 이런 제한 없이 나이와 소득 요건만 맞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전에 가입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미리 보기’ 서비스 신청자만 200만명에 달했습니다.
불만이 터져나오자 금융위는 22일 보도자료에서 “청년희망적금 수요 증가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 경제 여건의 변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요인 탓을 했습니다. 이 상품을 계획하던 작년 하반기에는 대박을 노린 주식과 가상 화폐 투자가 활발했기 때문에 청년희망적금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입니다.
정부 해명대로 경제 여건이 바뀌었다면 출시를 늦추더라도 예산을 늘리는 재검토 작업을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처음 계획대로 ‘2월 출시’를 강행했습니다. “3월 대선을 앞두고 청년 표를 노린 포퓰리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선착순 가입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가 이를 수습하겠다며 ‘3월 4일까지 전원 가입’ 카드를 꺼냈지만 작년 취업자는 배제돼 또 불공정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의 아마추어식 행정으로 가뜩이나 힘든 청년들 가슴이 두 번 멍들고 있습니다.
김은정 기자 icd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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