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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법 안 받으면 거리로”…檢이 李겨누자 장외투쟁 만지작거리는 野

레이찰스 2022. 10. 24. 09:02

“특검법 안 받으면 거리로”…檢이 李겨누자 장외투쟁 만지작거리는 野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특검법'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대장동 특검법’ 도입을 요구하며 파상 공세에 나섰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 특검은 공정과 균형을 상실한 검찰 수사를 종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국회 시정연설 전까지 수용 여부를 분명히 답해달라”고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야당 탄압이 끊이지 않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통령이 입법부를 찾아 시정연설에 나서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며 “국회 무시, 야당 탄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대국회 사과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한의 사과조차 없다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시정연설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친이재명계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가운데)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시정연설이 있는 25일 전까지 특검법 수용여부를 밝히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민주당은 조만간 대장동 특검법을 새로 발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이던 지난 3월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대장동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민주당이 주장하는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등이 수사대상으로 적시됐다.

여기에다 조정식 총장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풀어주면서 (관련자들이 주고받은 자금을) 터무니없는 대선자금으로 둔갑시켰다”며 “검찰의 조작수사와 유 전 본부장을 회유한 것도 특검의 수사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쓴글.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특검법이 발의해봤자 여당이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특검법 요구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증거인멸 시도다. 우리는 특검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황도 민주당에겐 녹록지 않다. 민주당은 법사위에서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지만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법사위원은 18명인데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인 11명(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내기 위해선 민주당 의원 10명 외에 조 의원의 동의가 꼭 필요하다. 조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고민 중”이라고만 말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1심 속행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회유에 따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거짓 증언했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설령 조 의원이 특검법에 동의하더라도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안건 상정을 거부하면 민주당은 속수무책이다. 이에 친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결국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11월 전후로 민주당 의원 전원이 거리로 뛰쳐나가 장외투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촛불 정국 같은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친야권 성향 시민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서울 숭례문 앞에서 주최한 ‘윤 대통령 퇴진 집회’에는 친이재명계인 안민석·김용민·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이 참여했다. 특히 김용민 의원은 단상 위로 올라가 “권력에 취한 사람에 의해 광기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깨어있는 시민 여러분이 막고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가 있다”며 지지층을 자극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국민발언대 - 동남권 메가시티편'에 참석, 회의 도중 박홍근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도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김만배씨 등이) 자신들이 다 가졌을 수도 있는 개발이익을 공공개발한다며 4400억원이나 빼앗고, 사업 도중 1100억원을 더 빼앗은 이재명이 얼마나 미웠을까. 과연 원수 같았을 이재명에게 대선자금을 줬을까”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당내에선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이 대표가 먼저 나서 ‘거리로 나가자’고 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중 얼마나 장외투쟁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한 초선 의원은 “장외투쟁을 하려면 의원단의 결집이 필요한데, 현재 ‘사실관계를 잘 모르겠다’는 의원들이 꽤 많아 잘 될지 의문”라며 “장외투쟁은 ‘민생을 앞세워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이 대표의 주장과도 배치될 수 있어 중도층에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성·강보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