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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록집 얘기까지 나온다...‘스타 장관’ 한동훈 입심, 득일까 독일까

레이찰스 2022. 10. 24. 08:10

어록집 얘기까지 나온다...‘스타 장관’ 한동훈 입심, 득일까 독일까

 
 

 어록집 출간될 만큼 화제
‘한동훈 현상’의 결말은…

 

한동훈 법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한 장관은 이날 야당 의원으로부터 ‘출마할 계획이 있느냐’란 질문을 받고 “제가 여기서 그런 말씀을 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그런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이덕훈 기자

“대한민국에서 검찰의 일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며, 할 일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입니다.”(5월 17일·법무장관 취임식에서)

“김(건희) 여사 사건만 수사 지휘를 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정파적인 접근 같습니다. 그럼 이재명 대표 사건에 대해 제가 ‘이렇게 하라’고 지휘해도 되겠습니까?”(9월 19일·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난 4월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부터 본격화된, 한동훈 법무장관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출판사 투나미스는 최근 그의 주요 발언을 담은 어록집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책으로 내겠다고 나섰다. 펀딩 목표 금액은 100만원이지만, 닷새 만에 1900만원이 넘게 모였다.

그의 이름은 차기 대선 주자를 꼽는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랭크된 지 오래. 지난 5월 게재된 장관 취임식 영상은 조회 수가 160만회가 넘었고, 같은 달 올라온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의 예결위 설전을 담은 영상은 79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 장관은 1만명 규모의 개인 팬클럽을 갖고 있는데, 팬클럽을 비롯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발언과 패션 등이 항상 화제에 오른다.

'사이다’ 발언 하는 정의로운 장관?



한동훈 장관의 인기는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말투와 논리가 시원한 ‘사이다’ 발언이 대표적이다. 그의 발언 중 처음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이것이다.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 하고 앉아 있어. 국민의 알 권리가 나중에 알아도 될 권리야?” 이 발언은 2020년 2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것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한 장관이 사석에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나눈 이 말은, 5개월 뒤 이 전 기자 측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장관 후보자 시절에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피해를 보는 건 오로지 힘없는 국민들뿐이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민주당이) 이렇게 명분 없는 야반도주까지 벌여야 하는지 국민들께서 많이 궁금해하실 것”이라고 말한 것도 화제가 됐다.

야당 인사들에 물러서지 않는 태도도 인기 요인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정부질문 등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한 장관은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그에게 검찰총장 인사 문제를 지적하자 “과거에 의원님께서 장관이실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직격하는 모습, ‘질문했으니까 답변해’라는 최강욱 의원에겐 “제가 위원님처럼 반말하진 않았죠”라며 응수하는 모습 등이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한 장관의 미국 출장을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등장하는 사건을 수사할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을 땐 “(김 의원이) 지금 범죄 신고나 내부 고발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범죄가 드러나도 수사하지 말라고 미리 복선을 깔아두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받아쳤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야당 의원들의 공격을 논리 정연하게 받아치는 모습에서 여권 지지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이것이 한 장관 지지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야당 의원의 말을) 따박따박 받아치는 한 장관은 기존 장관들과 차별화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라며 “특히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얻는 요인”이라고 했다.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해 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은 막연한 얘기나 동문서답을 하지 않고, 부정확한 질문이 들어오면 바로 지적을 한다. 정확한 어휘를 사용하고, 사실에 근거해 간명하게 논리를 편다는 점 등도 특징적”이라며 “궤변 일색인 다른 정치인들과 달라 대중이 호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도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대학 4학년 때인 19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2019년 최연소 검사장, 2022년 최연소 법무장관에 이르기까지 엘리트 코스만 밟아왔고, 특수통 검사로서 ‘조선 제일검’이란 별명을 보유했다. 전임 정부에서 4번의 좌천을 당한 인생 역정을 매력 포인트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그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으로 좌천됐을 때 그는 “권력의 보복을 견디는 것도 검사 일의 일부이니 담담하게 감당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회사원 이태용(41)씨는 “갖은 압박에도 검사로서의 신념을 버리지 않아 호감을 갖게 됐고, 불의에 맞서는 강직한 모습과 소신을 지키는 모습에 감동해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규정 폐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슈를 선점해 추진해나가는 것도 호평을 받았다. 기존 보수 엘리트에겐 부족했던 젊은 이미지와 소통 능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野와 대립각만… 피로감 느끼는 국민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동훈 피로감’도 제기된다. 일단 미디어에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치인이 아닌 부처 장관이 매일같이 뉴스를 장식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계속되는 정계 입문설, 총선 차출설도 비판을 더한다. 그의 ‘사이다’ 발언이 지지층에는 쾌감을 선사하지만, 중도층에는 야당과 대립만 하는 듯한 모습에 ‘이젠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달 한국갤럽의 ‘정계 주요 인물의 호감도’를 묻는 조사에서 한 장관 호감도는 28%에 그쳤지만, 비호감도는 51%에 달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야당과 수시로 충돌했던 추미애 전 장관처럼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는 “정치 지도자에게는 국정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어야 하는데, 야당 의원들과의 말싸움에서 몇 번 통쾌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서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씁쓸한 일”이라고 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데, 야당 의원이 묻는 말에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은 거만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한 장관의 명석한 두뇌와 강직한 성품은 이미 국민들에게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면서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싸움꾼이 돼서는 안 되고, 상대방을 포용하는 여유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옥진 기자 june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