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테러,전쟁

5000만 이용 카카오의 셧다운... 초연결사회가 초먹통사회 됐다

레이찰스 2022. 10. 18. 19:31

5000만 이용 카카오의 셧다운... 초연결사회가 초먹통사회 됐다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서 시민들이 사전정산을 하고 있다. 이날 한때 카카오T 주차장 서비스가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으나 현재는 정상화된 상태다. 2022.10.16/뉴스1

카카오톡 이용자 5000만명, 카카오페이 3700만명, 카카오 인증서(본인 인증) 3300만명, 카카오T(택시·대리) 3000만명...

지난 15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는 플랫폼 독점 사회의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한 IT 전문가는 “인터넷 서비스를 독점하는 플랫폼 기업에서 생긴 오류가 국민 전체를 블랙아웃에 빠지게 할 수 있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뿐 아니라 정부 서비스까지 먹통


카카오 먹통 사태는 단순히 카카오 서비스 20여 종이 멈추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카카오의 지도, 본인인증(로그인), 결제 시스템 등을 이용하는 타 기업, 정부기관도 광범위한 피해를 당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로그인 방법으로 카카오톡과 애플 계정을 통한 두 가지 방식만을 쓰고 있어, 이용자 상당수가 15일 오후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하지 못하는 피해를 겪었다.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안전신문고 앱도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 위치 기반으로 불법주정차, 생활불편 등 민원 신고를 하도록 돼 있는데 카카오지도를 연동해놔 아예 신고 자체가 안 됐던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작은 스타트업뿐 아니라 웬만한 IT 대기업들도 지도나 결제 같은 모든 서비스를 직접 개발할 수는 없다”며 “네이버와 카카오에 주요 서비스를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15일 많은 서비스가 먹통이 되자, 사람들은 부랴부랴 카카오 대안(代案) 서비스를 찾기 시작했다. 이날 라인·텔레그램(메신저), 우티·타다(택시), 네이버지도 등 경쟁사 앱의 다운로드가 폭주하면서, 구글·애플 앱스토어 순위에서 대안 서비스들이 일제히 상위권에 올라서는 현상이 벌어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네이버의 독점 현상이 심화하면서 마땅한 경쟁 서비스가 없었다는 것도 이번 혼란이 더 컸던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거대 플랫폼 견제 방안 마땅치 않아


2010년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는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성장하자, 포털 서비스 다음을 인수하고 ‘골목상권 침탈 논란’을 빚으면서 대리운전, 미용실 예약에 이르기까지 각종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해왔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페이(간편결제), 카카오모빌리티(택시), 카카오뱅크(은행),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연예·웹툰) 같은 주요 자회사를 비롯해 총 134개(6월 기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막강한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쪼개기 상장’한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는 사내 스타트업처럼 신규 사업을 분사(分社)시켜 육성한 뒤, 추후 상장시키는 계열사 육성 정책을 고수해왔다. 카카오게임즈(2020년), 카카오페이·뱅크(2021년)가 상장할 때만 해도 카카오그룹 시총이 120조원을 넘기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지만, 이후 ‘핵심 사업을 쪼개 상장시키는 바람에 카카오 주주가 피해를 보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카카오그룹의 시총은 22조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최근 손자회사인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도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상장을 철회했다.

장형태 기자 shap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