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호크 대신 돈마호크’...고산지대 돼지만 판다는 그 집 [사장의 맛]
고산지대 돼지고기 전문점 ‘고도식’
가브리살, 삼겹살, 목살까지 붙은 등심..만화 같은 비주얼 ‘돈마호크’
1호점 월 매출 2억원, 2호점 월 매출 1억원...4년째 줄 서는 이유?
서울 송파구 잠실의 돼지고기집 ‘고도식’. 이 집은 지리산과 제주도 고산지대에서 사육한 돼지고기만 판다. ‘고도식’이란 이름도 고도 높은 지역에서 자란 돼지를 맛본다는 뜻이다. 파는 부위도 특이하다. 대표 메뉴인 ‘알등심’은 돼지 등심에 가브리살(등심 덧살), 삼겹살, 목살이 붙어 있는데, 소고기 스테이크 ‘토마호크’의 이름을 따 ‘돈마호크’라고도 불린다.
특이한 콘셉트 덕에 주말에는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음식을 맛본다. 서울 잠실점은 월 매출 2억원, 2호점인 마포점도 1억원이 넘는다. 오픈한 지 4년 가까이 돼 가지만, 장사는 꾸준히 잘된다. 무엇이 그렇게 특별한 걸까?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고도식 2호점. 정동우 사장이 대표 메뉴인 '알등심'을 들고 웃고 있다. 고도식은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인테리어를 만들었다./김지호 기자
◇돼지 한 마리당 4대만 나오는 특수부위 ‘돈마호크’
지난달 28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위치한 고도식 마포점. 예약 덕에 대기 없이 들어갔지만, 줄 서있는 사람들을 보니 기대감은 자연스레 높아졌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대표 메뉴 ‘알등심’ 2인분과 직원이 추천한 땅콩비빔칼국수를 시켰다. 기다리는 사이 식탁이 채워졌다. 테이블당 하나씩 나오는 순두부찌개, 밑반찬은 단호박찜, 깻잎절임, 무절임, 파김치. 고기 양념으론 소금, 황태소금, 절인 생선으로 만든 어간장이 나왔다.
테이블당 2인분(320g)씩만 주문 가능한 ‘알등심’은 등심에 가브리살, 삼겹살, 목살이 붙은 고기 덩어리다. 비주얼이 좋다. 고기를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이 손에 들고 ‘와구와구’ 먹은 그 고기 같다. 고기에는 구이용 감자, 호박, 대파, 꽈리고추, 마늘 등 곁들임 야채도 함께 나온다.

고도식의 대표 메뉴 '알등심'이 불판 위에서 구워지고 있다./김지호 기자
이 집은 직원이 직접 설명과 함께 고기를 구워, 부위별로 접시에 올려준다. 등심은 주로 돈까스로 접해온 부위. 부드러우면서 조금은 푸석푸석한 식감이다. 씹을 때 결대로 찢어지는 느낌이 기름기 많은 닭가슴살 맛이다. 돼지고기 부위 중 가장 지방이 적은 부위라 그렇다. 직원의 추천대로 황태소금을 찍었다. 황태의 바다 향과 소금의 짭짤함이 입안 심심함을 달래줬다. 뒤이어 나온 가브리살은 녹아내리는듯 부드러웠는데, 어간장에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났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했던가. 삼겹살은 말이 필요 없다.
고기에 정신 팔린 사이 알록달록한 땅콩비빔칼국수가 등장했다. 칼국수 면을 감싼 빨간 양념장, 그 위로 바질 소스, 토마토 조각, 삶은 계란 반쪽이 층층이 쌓였다. 땅콩 비빔 칼국수인데, 바질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쫄깃한 칼국수 면은 소스와 잘 버무려져 씹을 때마다 바질 향이 났고, 뒤따라 온 땅콩의 고소함과 양념장의 매콤함은 음과 양처럼 잘 어울렸다.

고도식 사이드 메뉴 땅콩비빔칼국수. 면은 캍국수지만 바질과 토마토가 들어가, 쫄깃한 파스타 같다./고도식
◇몽탄, 양인환대, 청기와타운...히트 식당 기획자, 직접 식당을 차리다
고도식은 정동우씨의 첫 가게이지만 그는 식당 창업이 누구보다 익숙하다. 2016년 ‘뜨거운 고도시’라는 외식업 컨설팅 업체를 창업해, 서울 용산구의 몽탄과 양인환대, 영등포구의 청기와타운 등 여러 맛집 브랜드를 기획했다.
대박난 식당들은 기획자로서는 성과였지만, 정작 창업을 앞두곤 부담스러운 꼬리표가 됐다. 주위의 기대와 함께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렇게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첫 가게가 ‘고도식’이다.
–부담이 큰 만큼 고민도 많이 했을 거 같아요. 장사는 역시 고깃집인가요?
“통계적으로 잘 될 가능성이 높아요. 외식업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업종을 다뤄봤지만 우리나라에서 단일 브랜드로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건 고깃집들이에요. 아무리 맛있는 피자도 한 달에 3~4번 먹기 힘들지만 고기는 일주일에도 3~4번 먹을 수 있잖아요. 쉽게 말해 반복성이 높은 거죠.”
–확률적으로 고깃집이 더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매출이 기준이라면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피자집에 한 번 갈 때, 고깃집에 3~4번 가요. 인구 1000명을 보유한 상권에서 인당 만원을 쓴다면 피자집은 월 1000만원 벌 때, 고깃집은 월 3000~4000만원을 버는 거죠. 그래서 반복성이 낮은 식당들은 큰 상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상가 임대료, 권리금 등 진입 비용이 높아지죠. 반면 고깃집은 애초에 반복성이 높기 때문에 작은 상권에서도 실력만 있다면 장사가 잘 되는 거죠.”

고도식의 기본 차림상. 고기 메뉴는 위부터 '알등심' '한우양백차돌' '청어알한우육회'다. 가운데 있는 순두부찌개는 테이블당 하나씩 올라가는 서비스 메뉴다./김지호 기자
–식당 콘셉트는 어떻게 정했어요?
“일단 고깃집을 하기로 했으니, 그 다음으로 고기의 무엇에 집중할까 고민했어요.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때 가장 민감한 건 ‘향과 식감’이에요. 짚불구이 전문점 몽탄은 향에 차별화를 뒀으니, 저는 부드러운 식감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래서 고산지대의 돼지고기만 취급하고, 부위 중에서도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돈마호크’를 팔기로 한거죠.”
–고산지대에서 사육한 돼지는 더 부드럽나요?
“네. 산에서 자란 돼지는 기본적으로 육질이 좋고, 마블링이 많아요. 등심은 돼지고기 중에서 가장 지방이 적은 부위기 때문에 부드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좋은 고기를 써야 했어요. 게다가 저희는 규격돈(規格豚)이라고 불리는 85~90kg의 돼지 대신 100kg 이상의 돼지만 씁니다. 100kg 이상 되는 돼지들은 지방 분포도가 좋고, 등심이 발달했거든요.”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 돼지를 구하기 어렵진 않나요?
“처음에 등심과 등심 덧살만 사고 싶다고 하니까, 육가공업체들이 그렇게 되면 다른 부위를 못 쓴다고 거부하더라고요. 결국 어렵게 제주도에 있는 업체와 계약을 맺었죠. 지금은 가게가 잘 되면서 지리산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업체와도 추가로 계약을 맺어서 공급은 문제 없습니다.”
–어렵게 대표로 세운 ‘알등심’, 잘 팔리나요?
“고도식은 고기 주문의 60%가 ‘알등심’이에요. 고깃집에서 한 부위가 주문량의 절반을 넘어가는 건 이례적인 일인데, 그만큼 소비자한테 인기가 좋다는 거죠. 다만, 알등심은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니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한우양백차돌도 새로 출시했어요. 청어알 한우육회도 기름진 고기와 함께 먹기 좋은 별미랍니다.”

채제우 기자 ze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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