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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때처럼? 野, 김건희 특검 밀어붙이기 어려운 이유

레이찰스 2022. 9. 10. 06:24

검수완박때처럼? 野, 김건희 특검 밀어붙이기 어려운 이유

과거 특검 비교해보니
민주당 내에서도 “실현되기 어렵다”는 말 나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1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감독상 수상기념 영화 관계자 초청 리셉션 및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허위 경력 기재’ ‘뇌물성 후원’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며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자로 나섰고, 민주당 의원 전원인 169명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할 때도 의원 전원이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이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 ‘위장 탈당’ 등 꼼수를 총동원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완료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때처럼 ‘김건희 특검법’도 밀어붙일 수 있을까.

역대 최대였던 ‘최순실 특검’과 같은 규모의 ‘김건희 특검’


민주당은 이번에 낸 특검법에서 김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특검 규모를 지난 2016년 ‘최순실 특검’과 비슷한 규모로 설정했다.

최순실 특검은 역대 최대 규모로 ‘수퍼 특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순실 특검은 고검장급 대우를 받는 특검 1명과,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20명, 파견 검사를 제외한 파견 공무원 40명, 특별수사관 40명 등 총 105명 규모로 출범했다. 수사 기간은 특검이 본격 가동되기 전 준비기간 20일과 수사 기간 70일, 여기에 대통령 승인을 받아 30일을 연장할 수 있게 했다.

민주당은 최순실 특검 구성과 수사 기간을 그대로 갖고왔다. 최대 105명 규모에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과 연장 가능 기간을 포함해 최장 120일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파견 검사 20명과 파견 공무원 40명 중 3분의 1 이상을 검찰이나 경찰이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파견받도록 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나 경찰이 공정한 수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 임명은 민주당 마음대로?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법 3조의 ‘특별검사의 임명’에서 “대통령은 국회의장으로부터 특검 임명 요청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검을 임명하기 위한 후보자 추천을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에 서면으로 의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 국회에 교섭단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2개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할 교섭단체는 민주당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 단독 추천인데, 이런 추천 방식은 과거 사례와 차이가 있다. ‘최순실 특검’ 때는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이 합의하여 추천한 특검 후보자 2명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제외했지만 교섭단체를 이룬 야당이 2개여서, 2개 당이 협의해 추천하라고 한 것이다.

지난 2018년 ‘드루킹 특검’ 때도, 특검 추천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등 3개 교섭단체가 협의해 하도록 했다. 최순실 특검 때도, 드루킹 특검 때도 특검 추천은 최소 2개 이상 당이 협의해 했지만, ‘김건희 특검’은 추천을 민주당 혼자 하게 된 것이다. 교섭단체가 민주당 1개 뿐이라는 이유인데, 국민의힘에서 “이럴거면 굳이 특검 ‘추천’이라 하지 말고 민주당이 ‘임명’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2018년 청와대 앞에서 ‘민주당원 댓글 공작 규탄 및 특검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연 모습.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는“제왕적 대통령 권력으로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문재인 정권이 거덜 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실제 법 통과돼도 ‘대통령 거부권’ 있어...민주당 내에서도 “실제 시행은 어려워”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실제 특검법이 시행돼 특검이 가동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4월 검수완박 강행 처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검수완박 때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았지만, 현재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특검법을 본회의에 올리려면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이 법안 상정을 거부하면 법안 통과가 어렵다. 검수완박 때 ‘위장 탈당’을 이용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가 가능했던 것도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이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법사위 구성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법안을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수도 있지만, 현행법상 패스트트랙 통과에는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특검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에 부쳐진다. 보통 법안 처리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지만, ‘재의결’에는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모든 의원(300명)이 출석한다고 가정하면 민주당 의석(169석)보다 31석 많은 200석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석만 115석이어서 재의결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힘들어 보이고, 대통령 거부권까지 있다”며 “민주당이 이런 상황을 다 알면서도 굳이 법안 발의에 나선 건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과 기소에 쏠리 국민 시선을 분산시켜 보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은 지금껏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거나 진상 규명이 된 게 하나도 없다”며 “국민적 의혹에 눈 감고 손 놓고 있는 수사 기관에 대한 경고가 특검법에 담겨있다”고 했다.

지난 7월 29일 오후(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초청 만찬간담회에 참석하는 김건희 여사 모습./뉴스1

박상기 기자 sangk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