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이번 추석 정치인들이 가야 할 곳
국민의힘 새 비대위원장에 임명된 정진석(오른쪽) 국회부의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중구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위해 이동하던 중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2.09.08 이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2.09.08 국회사진기자단
수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취재 현장이 있다. 세 모녀가 살던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방도 그중 하나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의 주식(主食)은 라면·빵이었다. 하나에 600원 하는 라면 개수까지 꼼꼼히 적혀 있던 가계부는 고단했던 삶을 짐작하게 했다. 세 모녀는 현금 70만원이 든 흰 봉투에 ‘주인아주머니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고 세상을 떠났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벌써 8년 전이다.
이 사건 이후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라 불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 지원법 개정 등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관련된 3개 법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판박이 같은 사건이 최근 또 일어났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수원시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난치병 등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됐다. 수원의 세 모녀는 주소지와 거주지가 달라 사회 안전망에 포착되지 못했고, 복지 서비스 신청도 하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부터 민생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해왔다. ‘송파 세 모녀’ 사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진정한 새 정치는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우리 정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알려진 다음 날 “복지 정보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런 분들에 대해 어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런 일들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어려운 국민을 각별히 살피겠다”고 했다. 여야 정치인들도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주판알을 튕기는 야합이 아니라 민생 입법”이라고 했다.
이런 비극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정치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은 이런 고민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둘러싼 내분으로, 야당은 당 대표 검찰 수사 방탄으로 여념이 없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국정조사를 동시에 하자며 추석 밥상 이슈 몰이를 하고 있다. 의원들은 정쟁을 하다가도 추석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재래시장이나 버스터미널, 기차역을 찾아 말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다.
그전에 지역구 내 ‘위기 가구’를 직접 찾아가 만나봤으면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위기 가구는 2021년에만 무려 13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법안을 만드는 의원이 단 한 가구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면, 더 촘촘한 복지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국회에서는 여야가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민생 국회, 민생 정당의 모습이다.
이슬비 기자 sb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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