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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19년전과 달랐다… 차수벽·배수펌프장으로 인명피해 ‘0’

레이찰스 2022. 9. 7. 08:25

마산 19년전과 달랐다… 차수벽·배수펌프장으로 인명피해 ‘0’

[태풍 ‘힌남노’] 2003년 ‘매미’ 때와 달리 사전대비로 피해 최소화


6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고파수산시장. 이날 시장의 풍경은 전날 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통과한 곳 같지 않았다. 상인들은 평소처럼 장사 준비에 분주했다. 일찍부터 나와 “오늘 횟감 좋다”며 호객 행위도 했다.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릴 생선과 문어를 사러 나온 시민도 많았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일대에 태풍을 막아낸 차수벽(기립식 방조벽)이 세워져 있다./김동환 기자

지난 4~6일 창원에는 123.7㎜의 폭우가 쏟아졌다. 하지만 우려에 비해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물론 침수 피해도 없었다. 창원 마산만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태풍만 오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 하지만 수방(水防) 시설을 만들고 미리 대비한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2003년 태풍 ‘매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후 창원시 등의 요구에 따라 500여억원을 투자해 마산만 일대 1㎞에 2m 높이의 철제 차수벽(遮水壁)을 만들었다. 3m 높이로 언덕을 돋우고 그 위에 2m 높이의 차수벽을 세워 5m 해일까지 견디게 만들었다. ‘매미’의 교훈이었다. ‘매미’ 때 창원 마산에는 4.39m 높이의 해일이 시장을 덮쳤고, 마산에서만 18명이 숨졌다.

2018 12월 완공된 이 차수벽 중 200m 구간은 유압펌프를 이용해 눕혔다 세웠다 할 수 있다. 평소엔 눕혀서 산책로로 이용하다가 태풍이 올 때는 90도로 세워서 해일을 막는 방조벽으로 쓴다.

국립해양조사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창원에는 6일 아침 태풍의 영향으로 2m 이상의 파도에 만조까지 겹쳤지만 차수벽 덕분에 피해가 없었다. 박래도 가고파수산시장 상인회장은 “20년 전 태풍 매미 때는 물론 크고 작은 태풍이나 비만 와도 큰 물난리가 났던 곳인데, 차수벽이 생기면서 몇 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2020 456억원을 들여 만든 서항지구 배수펌프장도 큰 역할을 했다. 서항지구 배수펌프장은 분당 2174t의 빗물을 바다로 뿜어낼 수 있다. 덕분에 마산만의 만조도 이겨낼 수 있었다.

태풍의 이동 경로에 놓인 울산도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다. 상습 침수 지역인 울산 중구 태화시장은 가게 300여 곳 중 한 곳도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 2016년 태풍 ‘차바’ 때는 상점 300여 곳이 모두 물에 잠겼고, 지난해 8월 태풍 ‘오마이스’가 지나갔을 때 상점 60여 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빗물이 흘러갈 수 있는 길을 미리 뚫은 덕분이다. 중구는 2018년부터 1억5000만원을 들여 태화시장 일대에 13.3㎞의 하수관로를 준설했다. 인근 유곡천 복개 구조물(1.4㎞) 준설 공사도 지난해 12월 끝냈다. 또 태화시장의 가게, 주택 등 222곳에 빗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차수판도 설치했다. 박해운 태화시장 상인회 실장은 “구청과 열심히 준비한 덕에 큰 피해 없이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 ‘차바’ 때 차량 290여 대가 침수된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도 침수 차량이 한 대도 나오지 않았다. 사전에 주차장을 통제하고,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킨 덕분이었다.

부산도 인명 피해 없이 태풍을 버텨냈다. 2020년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 유리창이 깨졌던 해운대 엘시티는 이번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과거 유리창 파손 피해가 강풍에 날아온 작은 돌멩이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라 주민들이 나서 인근 돌을 미리 치웠기 때문이다.

바다와 바짝 붙은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상가들도 대부분 무사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여러 번 태풍 피해를 겪은 이후 해안도로 앞에 테트라포드(콘크리트 구조물)를 추가로 설치한 데다, 주민들이 입주민 온라인 모임방 등에서 정보를 교환하며 미리 대비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병식 강원대학교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통 재해가 일어나면 복구 위주의 대책을 세우기 쉬운데, 창원시 같은 곳은 마산만 차수벽 시설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위기를 막았다”며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구적인 대책을 세워 재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준호 기자 horang2@chosun.com박주영 기자 park21@chosun.com김주영 기자 vo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