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딸 소리 안 들으려 죽어라 공부”… 렌즈 家業 확장
[한국을 움직이는 여성 CEO] <10> 세코닉스 박은경 대표
지난달 21일 경기도 평택 세코닉스 2공장에서 만난 박은경 대표는 인터뷰 직전까지 작업복 차림으로 업무 지시를 내린 후에야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그는 “오너 딸이라 대표가 됐다는 꼬리표가 싫어 더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지난달 21일 경기 평택시 세코닉스 2공장에서 만난 박은경(50) 세코닉스 대표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작업복 차림이었다. 박 대표는 이날로 예정된 미국 전기차 업체의 공정 실사를 앞두고, 실사장인 사내 전시장에서 어떤 부품을 보여줄지 임직원들과 하나하나 확인하고 난 뒤에야 인터뷰에 응했다.
세코닉스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와 자동차 카메라 렌즈·모듈 등을 만드는 광학 부품 전문 기업이다. 삼성 스마트폰과 갤럭시 워치, 현대차 카메라, LED TV 같은 다양한 제품에 이 회사 부품이 들어간다. 박 대표는 대우전자 연구소장 출신으로 회사를 세운 부친 박원희 회장에 이은 2세 경영자이며,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다. 그는 “예전엔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남성 기업인으로부터 ‘엄마가 애를 봐야지…' 하는 얘기도 들었다”며 웃었다. 박 대표는 “오너 딸이라 대표가 됐다는 말을 듣기 싫어 기술을 악착같이 공부했다. 이제는 ‘엔지니어 출신이냐’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IR 담당으로 시작 “세상 욕이란 욕은 그때 다 들었다”
박 대표는 세코닉스에 입사한 지 올해로 꼭 20년 됐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 입사했다가 “회사 홍보를 도와달라”는 부친의 요청을 받고 2002년 입사했다. 박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게 불편하게 느껴져 망설였지만 몇 년만 현장에서 배우자고 생각한 게 지금까지 왔다”고 했다.
그가 입사한 당시 회사는 코스닥 상장 2년 차로, 프로젝션 TV에 들어가는 카메라를 개발·양산하면서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든 시기였다. 2001~2002년 삼성전자의 개발 의뢰를 받고 핸드폰용 카메라 렌즈도 개발했다. 박 대표가 처음 맡은 역할은 IR(투자 유치) 담당이었다. 하지만 당시 3만원대였던 주가가 1만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박 대표는 “세상 욕이란 욕은 그때 다 들었다”며 “회사의 핵심 기술과 경영 현황을 정확히 꿰고 기업 비전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제대로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경영대학원 수업을 듣고 회사 연구소를 직접 찾아 기술을 공부했다.
2005년에는 결혼해 자녀 둘을 뒀지만, 매일 밤 12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독한 워킹맘으로 살았다. 박 대표는 지금도 오후 9시가 넘어 퇴근하는 게 일상이다. 그는 “부친의 요청으로 입사했지만, 내가 회사를 대표한다는 생각에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악착같이 버텼다”고 했다.
”’오너 딸’ 꼬리표 싫어 밤낮없이 공부”
지독하게 업무에 매달리며 내공을 쌓은 덕분에 그는 2014년부터 회사 경영 전반을 맡았고, 2016년에는 부친으로부터 대표직을 이어받았다. 2015년 평택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을 땐 전 직원과 함께 쓸 수 있는 장비, 자재를 끌어내고 열흘 만에 배전 작업을 마쳐 공장을 재가동했다. 2018년 폴란드에서 부품 공급 차질이 빚어지자 두 달간 현지에 머무르며 직접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폴란드 해외 법인 설립,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의 협업을 포함한 굵직한 신사업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와는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에 필요한 카메라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그가 대표에 취임하기 전인 2015년 2448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4427억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박 대표는 “4차 산업의 핵심인 AI(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해 사진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결국 고성능 카메라 렌즈와 모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기술 수요도 해결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춰 매출 5000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기우 기자 rainplz@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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