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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 반지하 다문화학생 도와달라”…교장 호소에 십시일반

레이찰스 2022. 8. 12. 08:18

“폭우 피해 반지하 다문화학생 도와달라”…교장 호소에 십시일반

/박래광 영림중학교 교장 페이스북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이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다문화 학생 가족을 도와달라고 호소하자 네티즌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박래광 영림중학교 교장은 10일 페이스북에 “1만원씩만 부탁드린다. 이런 부탁의 글, 처음 쓴다”며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다문화 가정 학생의 사연을 전했다.

박 교장은 “오늘 오후 상담복지부장 선생님으로부터 ‘우리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학생이 폭우 피해를 입었다. 살던 반지하가 물에 잠겼고, 현재는 주민센터로 옮겼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소를 검색해보니 학교에서 멀지 않아 잠시 다녀왔다”며 “가보니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박래광 영림중학교 교장 페이스북
박 교장에 따르면 방문 당시 학생의 집에는 박 교장의 가슴 높이인 1.3~1.4m 정도까지 물이 찼고, 가재도구들 또한 전부 못쓰게 된 상태였다. 그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빗물이 많이 들어찼던 자국이 벽지에 남아있다.

박 교장은 “자칫하면 신림동 세 식구 참사가 이곳 구로동에서도 벌어질 뻔한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마침 아버님이 일찍 퇴근해 집에 있어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두 자녀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박 교장은 “(해당 학생은) 부모님이 모두 중국인이신 다문화 가정이다. 구청과 주민센터 등 정부에서 어떤 지원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일단 십시일반으로라도 도움을 드리면 좋을 것 같아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통을 겪는 이웃이 매우 많다. 커피 2잔 값인 1만원 정도씩이라도 십시일반으로 도와드리면 큰 힘이 되지 않을까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의심스러워서 이런 거 잘 안 믿는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이라셔서 보낸다” “제가 자란 방과 똑같은 구조다. 조금 보탰다” “어려운 학생을 생각하며 보탰다” “교장선생님이 나서주니 내가 다 다행이고 감사하다”며 기부에 동참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송금 내역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며 인증을 하기도 했다.

이후 11일 박 교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십시일반 모으면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셔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동참이 이뤄졌다”며 “깜짝 놀랄 십시일반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를 받은 계좌가 학생 어머니의 계좌여서 실제로 몇명이 얼마의 금액을 기부했는지 모른다며 “당연히 재난을 당한 손실을 충분히 메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장은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다른 이웃들에게도 손을 내밀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런 피해를 입은 분이 우리 학교가 있는 구로구뿐만 아니라 제가 사는 관악구 도림천 변, 그밖에 서울과 전국에 엄청 많다”며 “우리 학교 학생과 가족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관심과 격려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챙기겠다. 지금까지 보내주신 정성처럼 피해를 입은 다른 분들에게도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없길 바라며 지금도 피해 복구에 애써주시는 여러 관계자님께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채빈 기자 chaeb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