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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감사했습니다"…큰절 올린 이대호의 은퇴투어 서막

레이찰스 2022. 7. 17. 10:27

"덕분에 감사했습니다"…큰절 올린 이대호의 은퇴투어 서막

중앙일보

"덕분에 감사드립니다." 거구의 이대호(40·롯데 자이언츠)는 끝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연신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가 역대 두 번째 '은퇴 투어'의 서막을 여는 순간이었다.

KBO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에서 이대호를 위한 특별한 은퇴 행사를 열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한 상태다. KBO와 10개 구단 선수들은 리그에 숱한 기록과 발자취를 남긴 이대호를 2017년 이승엽에 이은 두 번째 '은퇴 투어' 주인공으로 결정했다.

은퇴 투어는 프로야구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 중 하나다. 소속팀 롯데뿐 아니라 다른 9개 구단도 롯데와의 마지막 홈 경기 때 이대호를 위한 은퇴 선물을 준비하면서 작별 인사를 하게 된다. 이승엽 때처럼, 전 구단 팬과 스타플레이어가 다 모이는 올스타전은 그 출발점이 됐다. 잠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10개 구단 팬이 입을 모아 이대호의 응원가를 불렀다.

'조선의 4번 타자'의 피날레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대 나눔올스타의 경기. 클리닝타임 뒤 열린 은퇴투어 기념식에서 롯데 이대호가 가족과 함께 영상을 보고 있다. 2022.7.16 sab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대호는 2001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1892경기에서 타율 0.307, 351홈런, 2020안타, 1324타점을 기록했다. 은퇴를 눈앞에 둔 올 시즌에도 전반기 타율 1위(0.341)와 안타 공동 1위(108개)를 달리면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히 2010년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타이틀을 싹쓸이해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그해 9경기 연속 홈런을 쳐 이 부문 세계 기록도 세웠다.

한국에서만 빛난 것도 아니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리그 정상급 타자로 활약했고, 2016년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년간 메이저리그(MLB)도 경험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5 프리미어12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중심타자 역할을 해냈다.

그 결과 이대호는 지난 3일 끝난 KBO리그 올스타 투표에서 드림 올스타 지명타자 부문 1위에 올라 개인 통산 10번째 올스타 베스트 12로 선발됐다. 이뿐만 아니다. 올스타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KBO 올스타 홈런 레이스에서 홈런 5개를 때려내 2009년, 2018년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올스타전에서 열린 은퇴 기념행사에서 가족과 함께 그라운드에 선 뒤 눈물을 훔치는 롯데 이대호. [뉴스1]

마지막 올스타전과 첫 번째 은퇴 투어를 앞둔 이대호는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5회가 끝난 뒤 진행된 은퇴 행사는 그의 선수 생활을 돌아보는 기념 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이어 이대호가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10개 구단 마스코트가 박수로 주인공을 맞이했고, 허구연 KBO 총재는 미리 준비한 선물 앞에서 이대호를 기다렸다.

KBO의 선물은 스포츠 전문 아트 디렉터 '광작가'가 제작에 참여한 대형 액자였다. 부산 사직구장을 배경으로, 이대호의 고교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활약상을 일러스트로 담아냈다. 또 실제 사직구장 1루에서 사용한 베이스와 그라운드 흙을 액자 안에 담았다. KBO는 "이대호 선수가 22시즌 동안 KBO리그와 한국 야구 발전에 공헌하고 헌신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존중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호의 아내와 딸, 아들도 같은 유니폼 상의를 입고 그라운드로 입장했다. 무명 시절부터 함께한 아내 신혜정 씨는 "처음 만난 그때부터 21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아빠, 최고의 남편으로 함께해줘서 진심으로 고맙다"며 "빛나는 은퇴 시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했다.

올스타전에서 열린 은퇴 기념행사에서 소감을 말하기 전 눈물을 꾹 참는 롯데 이대호. [뉴스1]

깜짝 영상 편지 릴레이도 도착했다. 이대호의 오랜 동료인 전준우(롯데), 일본 시절 소속팀이었던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오 사다하루 회장과 전 동료 야나기타 유키, 롯데에서 함께했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과 양상문 전 감독, 수영초등학교 시절 은사인 신종세 전 감독 등이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감격에 젖은 이대호는 "정말 감사드린다. 남은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며 눈물을 삼켰다. 이어 관중석 전 방향을 향해 세 차례 큰절을 하며 거듭 감사 인사를 한 뒤 더그아웃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눔 올스타 선수들 곁으로 돌아갔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