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4개월만에 부총지배인 됐다…충주 리조트 '낙하산' 정체
중앙일보
켄싱턴리조트 충주의 정식 직원인 보더 콜리 ‘케니’. 국내 최초의 반려견 호텔리어다. 현재 리조트에서 부총지배인으로 근무 중이다.
출생 : 2021년 3월 17일
성별 : 남
몸무게 : 16㎏
직업 : 호텔리어(켄싱턴리조트 충주)
주요 경력 : 입사 4개월 만에 부총지배인 승진
2022년 3월 ‘이달의 직원상’ 수상
취미 : 산책 후 모닝커피(멍푸치노)
특징 : 매우 잘 놀고 지치지 않음
작은 친구들에겐 소심하게
큰 친구들에겐 거침없이 놀아주는 경향 있음
성별 : 남
몸무게 : 16㎏
직업 : 호텔리어(켄싱턴리조트 충주)
주요 경력 : 입사 4개월 만에 부총지배인 승진
2022년 3월 ‘이달의 직원상’ 수상
취미 : 산책 후 모닝커피(멍푸치노)
특징 : 매우 잘 놀고 지치지 않음
작은 친구들에겐 소심하게
큰 친구들에겐 거침없이 놀아주는 경향 있음
케니의 주업무는 고객 환대 서비스다. 투숙객이 체크인, 체크아웃하는 시간이 맞춰 로비에 나와 고객을 맞는다.
한 호텔리어에 관한 간략한 신상명세다. 눈치채셨나. 그는 사람이 아니다. 켄싱턴리조트 충주에서 부총지배인으로 일하는 반려견 ‘케니(보더 콜리 수컷)’ 이야기다. 부총지배인? 엄격히 말하면 ‘부총지배견’이 맞겠으나 부총지배인으로 통일한다.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지난해 6월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1년 넘게 리조트 곳곳 누비며 ‘열근(열심히 근무)’ 중이다. 케니는 컨시어지 파트에서 일한다. 주업무는 고객 환대 서비스. 보더 콜리 종 특유의 친화력과 활력을 살린 보직이다. 주로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는 반려견, 사회성이 부족한 반려견의 적응을 돕는다. 리조트 홍보 대사 역할도 한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 활동을 통해 반려인과 활발히 소통도 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 이제는 방문객 사이에서 유명인사로 통한다. 3월에는 리조트를 다녀간 투숙객들이 꼽는 ‘이달의 직원상’도 받았다.
생후 4개월 무렵의 케니(위 사진)와 지금의 모습. 1년 만에 16㎏의 대형견으로 성장했다. 사진 켄싱턴리조트, 백종현 기자
로비 옆 직원 사무실에도 케니의 자리가 있다.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다 근무 시간이 되면 반려견 정장(본래 세 벌의 맞춤 정장이 있었으나, 다 물어뜯어 현재는 한 벌만 남았단다)으로 말끔히 차려입고 로비로 나선다. 보금자리는 직원 기숙사에 있다. 원래는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부총지배인으로 승진하면서 널찍한 1인실(86㎡‧약 26평)로 거처를 옮겼다.
케니의 하루 일과는 대충 이런 식이다. 오전 6~7시쯤 기상해 동료 직원과 산책에 나선다. 야외 배변을 위한 시간이자, 리조트 미화·청결 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오물 따위를 잘 찾아낸단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일단 멍푸치노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멍푸치노는 펫 밀크와 캐롭 파우더로 만든 반려견용 음료수인데, 로비 라운지에서도 인기 메뉴로 통한다. 오전 11시 무렵엔 반려견 정장으로 곱게 차려입고 로비로 나와 체크아웃하는 투숙객과 반려견을 환송한다. 체크인이 시작되는 오후 3시에도 로비에서 총지배인과 함께 고객을 맞는다. 나머지 오후 시간에는 리조트 펫파크와 펫 전용 수영장에 투입돼 투숙객의 반려견들과 시간을 보낸다.
오전 9시 출근 후엔 우리네 직장인처럼 모닝커피(멍푸치노)로 아침을 맞는다.
자기 계발에도 열심이다. 틈틈이 지하 연습실에서 ‘기다려’ ‘가져와’ ‘엎드려’ 등 교육을 받는단다(켄싱턴리조트 충주는 전 직원 50%가량이 반려동물 관리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반려견 먹거리와 장난감을 감수하는 역할도 한다. 펫카페와 로비 라운지에서 판매하는 간식과 장난감 대부분이 케니의 예민한 혀와 코를 거쳤다.
월급은 없지만 복지는 사람 부럽지 않다. 직원 기숙사, 계절 유니폼 제공 및 세탁 서비스, 건강 검진 등은 기본이다. 수시로 발톱 손질과 마사지를 받고, 월 1회 특식(펫 전용 아이스크림‧케이크 등)이 주어진다. 케니의 활약 덕분인지 켄싱턴리조트 충주는 펫프렌들리 리조트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전체 객실 169개 가운데 펫 전용 객실이 81실인데, 근래에는 펫 동반 고객 점유율이 70% 이상으로 늘었다.
펫파크와 펫수영장에서 고객의 반려견들과 놀아주는 것도 케니의 업무다.
6월부터는 ‘펫 프렌들리 케어 서비스’도 시작했다. 케니와 함께 놀고 싶어하는 많은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혼자 온 반려견, 반려견을 키우고 싶은 예비 견주가 대상이다. 예약하면 케니와 함께 리조트 주변을 산책하고, 펫파크와 펫수영장 등에서 맘껏 뛰놀 수 있다. 비용은 받지 않는다.
견생 1년, 케니는 어떤 미래를 그릴까. 케니는 향후 전문적인 장애물 훈련을 통해 국내외 어질리티 대회에 켄싱턴리조트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다. 변종원(39) 켄싱턴리조트 충주 총지배인은 “고객 반응도 뜨겁고, 체력과 친화력이 엄청나 동료 직원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켄싱턴호텔과 리조트의 국제적인 홍보대사로서 성장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켄싱턴리조트의 변종원 총지배인과 케니. 동료이자, 가장 친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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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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