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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나무 무늬에 질감까지… 동국제강 컬러강판 공장 가보니

레이찰스 2022. 6. 25. 07:54

[르포] 나무 무늬에 질감까지… 동국제강 컬러강판 공장 가보니

동국제강 부산공장 전경. /동국제강 제공

지난 22일 동국제강(13,400원 ▲ 500 3.88%) 부산공장 ‘NO.5 CCL(5번 컬러강판 생산라인)’. 은색 아연도금강판 위로 나무 무늬가 덮였다. 컬러강판 위 약 30㎝ 간격마다 1번부터 5번까지 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눈으로 보기엔 비슷해 보였지만, 갈색 도료(페인트)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고객이 요청한 것에 가장 부합하는 제품을 양산한다.

동국제강이 고객 주문에 따라 컬러강판에 매년 추가하는 색상은 2000가지가 넘는다. 이날 생산한 나무 무늬 컬러강판은 현관문 제작을 위해 해외로 수출될 제품이었다. 동국제강 컬러강판 판매량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5%에서 2020년 55%로 늘었다. 올해는 60%에 달할 전망이다.

동국제강은 친환경 컬러강판을 앞세워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컬러강판사들의 공급량이 늘면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내수 시장 대신,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DK컬러 비전 2030′을 발표, 2030년까지 컬러강판 연간 100만톤(t)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매출을 2조원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 ‘먼지 = 불량’ 반도체 공장 부럽지 않은 생산라인

컬러강판은 철강재에 도료를 도장하거나 필름 등을 부착한 제품이다. 다양한 색상은 물론 나무나 돌 같은 소재의 무늬·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다. 주로 고급 가전제품이나 건축물에 쓰인다. 삼성전자(58,400원 ▲ 1,000 1.74%)의 비스포크 냉장고나 LG전자(89,000원 ▲ 700 0.79%)의 오브제컬렉션 세탁기, 스타벅스 건물 외관 자재 등이 대표적이다. 동국제강의 컬러강판은 최대 20년까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내구성·내식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연간 컬러강판 85만t을 생산할 수 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이날도 부산공장에선 컬러강판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이베이(high bay)에는 개당 20t 안팎의 열연코일이 쌓여 있었다. 이 열연코일들은 바로 옆 연속산세압연(PLTCM) 설비로 옮겨졌다. 말려있는 열연코일을 편 뒤 표면의 불순물을 염산으로 제거하자 제 색깔을 찾았다. 얇게 펴내는 과정(냉간압연)까지 마치면 평균 두께 2.5㎜에서 최대 0.25㎜까지 얇아진다고 했다. 다시 도금 설비를 거쳐 아연이나 갈바륨 등이 덮이자 표면이 반짝였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에는 총 9개의 컬러강판 생산라인이 있다. 4개는 가전제품용, 5개는 건자재용이다. 각 생산라인에서 고객사 주문에 따라 도료 등을 입히면 컬러강판이 된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컬러강판 생산라인으로 들어와 완성되기까지 약 2시간이 걸린다. t당 130만원짜리 열연코일이 t당 최대 500만원짜리 컬러강판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눈길을 끈 것은 청결이었다. 공정마다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전·후처리 작업이 반복됐다. 표면에 작은 먼지라도 있으면 불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컬러강판 생산라인은 반도체 공장처럼 방진막과 양압 설비 등 3중 필터를 갖췄다. 곽상훈 동국제강 품질관리팀 차장은 “먼지가 없어 바닥에 누워도 될 정도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아연도금된 강판을 크레인이 옮기고 있다. /동국제강

◇ 저탄소·친환경 초점... 재료부터 생산라인까지 전환

동국제강은 1972년 국내 최초로 컬러강판을 생산한 뒤 국내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포스코스틸리온과 KG스틸에 국내 시장 점유율이 밀렸다. 내수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수요는 연간 240만t 수준인 데 비해 주요 컬러강판사의 생산능력은 300만t에 육박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해 저탄소·친환경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올해 출시하는 신규 컬러강판 12종 가운데 8종이 친환경 제품이다. 동국제강이 올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無)용제형 컬러강판 ‘럭스틸 BM유니글라스(Luxteel Biomass Uniglass)’가 대표적이다. 도료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용제는 석유계 원료로 탄소를 배출한다. 동국제강은 용제는 아예 없고 수지의 30% 이상을 옥수수 등 바이오매스(생물유기체)로 대체한 도료를 컬러강판에 적용했다. 바이오매스 도료가 일반 도료보다 비싸지만, 동국제강은 자체 R&D를 통해 비용을 낮춰 동급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산 방식도 탄소 감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컬러강판은 코팅과 오븐에서 가열·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통 3번 코팅·3번 가열·건조한다. 가열·건조하는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쓰고 있다. LNG 1㎥당 2㎏의 탄소가 나오는데, 앞으로 목재팰릿 등 바이오매스 연료나 전기로 대체해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아예 코팅과 건조·가열 과정이 없는 ‘노 코팅 노 베이킹(No Coating No Baking)’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최우찬 동국제강 중앙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26년까지 노 코팅 노 베이킹 생산 관련 파일럿(시범) 사업을 진행한 뒤 2027년쯤 양산 설비 투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도입되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비가 간소화되는 만큼 공장 내 생산라인을 늘릴 수 있어 생산량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을지로 동국제강 본사 페럼홀에서 열린 럭스틸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장세욱 부회장이 질의에 답하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 해외 컬러강판 거점 3개국서 7개국으로 확대 목표

동국제강이 친환경 컬러강판 제품군을 강화하는 것은 수출과 맞물려 있다. 컬러강판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등이 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각) 유럽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탄소국경세’로 EU 역내로 수입하는 제품의 탄소 직접 배출량에 따라 CBAM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화석연료를 사용해 탄소 직접 배출량이 많은 ‘더러운 철강(dirty steel)’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컬러강판 수요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이 적은 제품에 관심이 큰데 앞으로 관련 규제가 강화될수록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해외 컬러강판 거점도 확대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4월 베트남 현지 컬러강판 스틸서비스센터 ‘VSSC(Vietnam Steel Service Center)’에 지분 15%를 투자했다. VSSC에서 연간 최대 7만t 규모의 컬러강판을 가공·판매할 수 있다. 또 멕시코 몬테레이 1코일센터에 이어 케레타로에 2코일센터도 짓고 있다. 연내 완공이 목표다.

동국제강은 현재 멕시코, 인도, 태국에 컬러강판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7개국 8개 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컬러강판 글로벌 매출 비중을 기존 55%에서 65%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