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연주 전날 피아노 교체 승부수… “결선 6명 중 단연 두드러져”
반 클라이번 콩쿠르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
19일(한국 시각)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18·한국예술종합학교)은 결선 연주 불과 하루 전날에 승부수를 던졌다. 당초 연주하기로 했던 독일산(産) 스타인웨이 대신에 미국산 스타인웨이로 악기를 긴급 교체한 것. 임윤찬은 “연주할 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어딘지 불편하게 들렸다”고 했다. 다른 악기들처럼 피아노 역시 브랜드는 같지만 일련 번호나 제작 연도, 산지(産地) 등에 따라서 미묘한 음색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대회 심사위원장이자 결선 지휘를 맡은 미국 여성 명지휘자 마린 앨솝(빈 방송 교향악단 상임 지휘자)은 “현명한 선택”이라며 오히려 그를 격려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다음날 최종 결선에서 임윤찬은 교체한 피아노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막판 폭발적으로 질주하는 그의 협연 영상은 불과 이틀만에 13만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전 세계 네티즌 1만3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한 청중상 역시 그에게 돌아갔다. 지휘자 앨솝은 “윤찬(임윤찬)의 엄청난 재능을 목격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모든 결선 진출자들이 빼어난 음악성과 예술성을 보였지만, 윤찬은 그 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졌다”고 격찬했다. 앨솝은 우승자의 이름을 발표하기 직전에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우승 직후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임윤찬은 “늦게까지 연습을 하고 다음날 곧바로 무대에 서는 극한 상황이 계속됐다. 연주할 곡이 너무 많아서 대회 기간에 보통 하루 12시간씩 연습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클리블랜드 청소년 콩쿠르 2위와 2019년 윤이상국제콩쿠르 1위에 오르며 일찍부터 한국 음악계에서 ‘차세대 조성진’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대회 참가 직전 인터뷰에서도 그는 “밥 먹는 시간 빼놓고는 피아노를 친다” “새벽 3시까지도 연습한다”고 말할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그를 가르치는 피아니스트 손민수 교수는 “흔히 천재라는 수식어가 윤찬이에게 따라다니지만, 실은 피땀 어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며 “세속적인 결과보다는 오로지 음악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서 애쓴다는 점에서도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연세대 금호아트홀 피아노앞에서 포즈를 취한 피아니스트 임윤찬./김지호 기자
그는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국내파. 2020년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졸업한 뒤 홈스쿨링을 거쳐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곧바로 입학했다. 올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도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과 3관왕 등 각종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실은 대회에 자칫 참가하지도 못할 뻔했다. 2004년 3월생인 그는 ‘1990년 6월 이후, 2004년 6월 이전 출생자’라는 참가 연령 제한을 불과 석 달 차이로 통과했다. 이 때문에 올해 대회 본선 참가자 30명 중에서도 당연히 최연소였다. 하지만 그의 대담한 도전은 콩쿠르 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로 돌아왔다.
2020년 2월 10일 오전 서울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에서 손민수 피아니스트(왼쪽)와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장련성 기자
준결선에서도 통상적으로 여러 작곡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연주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오로지 리스트의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에만 집중했다. 지난해 가을 이미 국내에서 이 곡으로 5차례 순회 공연을 마쳤다. 이 때문에 콩쿠르 참가보다는 오히려 콘서트 같은 준결선 무대가 펼쳐졌다. 나이는 최연소지만, 무대는 흡사 프로 같았다. 피아니스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기교적으로나 음악적으로도 이미 흠잡을 구석이 없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적 개성과 뚜렷한 주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 시대에 잘 어울리는 연주자”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danp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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