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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과" 이재명, '文의 강'도 건너나…前참모부터 '선긋기'

레이찰스 2021. 12. 11. 09:01

"조국 사과" 이재명, '文의 강'도 건너나…前참모부터 '선긋기'

중앙일보

한 사람은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고, 다른 한명은 “잘못한 것이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차담을 위해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의 변곡점이 됐던 ‘조국 사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상반된 평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최근 들어 문 대통령과 이 후보의 발언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은 연일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 시작은 ‘국민과의 대화’였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며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 때 “성취를 부정하고 폄훼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반대나 비판을 넘어 국민이 이룩한 성취를 폄훼하거나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무역의날 기념식에서도 “성과마저 오로지 부정하고 비하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는 국민의 자부심과 희망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했다.

9일엔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보고받고는 “우리 경제가 코로나로 큰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성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분배 지표 개선도 지속됐다”며 “혁신과 포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자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민들의 아픈 마음, 어려움을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책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변화되고 혁신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뉴스1

반면 이재명 후보는 연일 사과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에 대응했던 스스로의 태도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한 이 후보의 ‘사과 릴레이’는 현재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로까지 확대됐다.

그는 자영업자를 만나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방역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시켰다”고 했고, 연이은 인사 실패에 대해선 “그런 사람 임명한 것도 민주당 정권이고, 수사대상이 돼 꼬투리 잡힌 것도 민주당 정권”이라고 했다.

대선 전략을 담당하는 여권의 핵심 인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장 큰 고민은 후보의 지지율이 현직 대통령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는 임기말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청와대가 강성 지지층만을 겨냥한 지지율 관리를 지속하면 이 후보가 중도로 확장할 여지를 계속 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일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전북지역 순회 첫 행선지로 전북 익산시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을 방문해 청년 창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그런데 8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이 후보의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가 적절했다는 응답은 46.6%로, 부적절했다는 응답(42.1%)보다 높았다. 적절했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층(61.1%)과 열린민주당 지지층(58.7%)은 물론 진보(53.6%), 호남(57.9%)에서도 과반을 보였다.(95%신뢰수준±3.0%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의 사과와 자아성찰 전략이 여권 지지층들에게도 먹히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의 발언도 조금씩 달라졌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의원은 9일 방송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온전히 100점짜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잘한 건 잘한대로, 못한 건 못한대로 평가받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심이란 말이 제일 부담스럽다”며 “그냥 청와대에 오래 근무했다는 게 객관적 팩트”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가맥집(슈퍼마켓 형식의 맥주집)'에서 열린 2030 청년들과의 쓴소리 경청시간'에서 대화 도중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고민정 의원은 “‘조국의 강’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 강을 건너지 못하고 거기에 빠져죽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며 ‘조국 사태’와 선을 그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무비서관 출신인 진성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집값잡기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고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달라진 부동산 정책을 시행할 뜻을 시사했다.

2017년 2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조국 당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본지에 “문 대통령이 임기중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뜻을 직ㆍ간접적으로 내비쳤다”며 “후보 측 입장도 이해할 수 있지만, 5년간의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도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